증권부 정재홍 기자 나왔습니다. 정 기자, 공교롭게도 엔비디아가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히자마자 수출 규제 강화 소식이 나왔네요.
<기자> 네. 표면적으로는 엔비디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보이는데요. 엔비디아는 이미 이달 9일에 미 당국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통보받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GPU 수출 규제 강화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에 5천억 달러 투자 집행 계획을 밝힌 겁니다.
규제 강화의 골자는 중국에 대한 H20 수출 통제입니다. 미 정부는 엔비디아에 H20을 중국과 일부 국가에 수출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습니다.
H20은 H100의 하위 버전으로, 성능을 6분의1 수준으로 제한한 데이터센터용 GPU입니다. 성능이 제한됨에도 중국 딥시크 부상으로 가성비 AI가 주목받으면서 중국내 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빅테크들은 올해 1월~3월 사이 H20을 약 23조 원(160억 달러) 주문했다고 알려집니다.
엔비디아는 이번 조치로 회계연도 2026년 1분기(2~4월) 약 55억 달러, 우리돈 7조 8천억 원 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진 뒤 엔비디아 주가도 장외거래에서 6% 가량 급락했습니다.
<앵커> 안 그래도 엔비디아는 미중 갈등에 타격이 적지 않았잖아요. 중국 실적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이네요.
<기자> 네.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본격화된 뒤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비중은 지속 감소했습니다. 지난 2022년 26%를 차지하던 중국 매출 비중이 지난해엔 13%까지 떨어진 것으로 확인됩니다.
엔비디아의 매출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나오지만, 수치로만 보면 중국 매출도 연간 20조 원 이상입니다. 대부분이 H20에 의한 매출이기에 엔비디아의 타격이 절대 적지 않습니다.
<앵커> 미 정부가 엔비디아에 수출 허가 규제를 무기한 유지된다고 통보했잖아요. 중국과의 무역 협상 카드로 엔비디아 GPU를 활용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우리시간 오늘 새벽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 관련해 "공은 중국 코트에 있다"며 "중국은 우리와 협상해야지만, 우리는 중국과 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죠. 무역 협상에서 미국이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되는데요.
그러나 중국은 트럼프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의 추가 관세 공격에 보복관세로 맞섰고,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까지 내놓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앞서 미중 무역전쟁을 한차례 치렀고, 바이든 행정부로부터도 강한 기술 제재를 받아왔습니다. 미국의 공격에 내성이 생겼다는 분석인데요. 실제 중국은 트럼프의 공격에 만만디(慢慢的, 천천히) 자세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에 월가에서조차 조급한 건 중국이 아니라 트럼프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는 현실입니다.
<앵커> 실제로 이번 조치로 중국 화웨이가 수헤를 입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중국내에서 H20 경쟁 제품으로 중국 화웨이의 어센드 910C가 거론됩니다. 중국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AI칩인데, 딥시크의 AI 추론에도 활용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어센드 910C의 성능은 아직 엔비디아 H20의 60%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반도체 노광장비까지 자체적으로 만들려는 중국이잖아요. 화웨이가 저성능 AI칩에서 엔비디아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상호관세 90일 유예 등 트럼프 대통령은 일관적이지 못 한 관세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만큼 엔비디아에 대한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 기조도 지속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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