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전 세계 교역국을 상대로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 발효 약 20여일 만에 첫 합의에 근접했다. 이번 무역 협상을 이끌고 있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이 인도 등 아시아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협상 진전을 시사하며 이날 증시를 밀어올렸다.
현지시간 29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무역합의는 완료 단계, 다 돼간다”라며 “상대국 총리와 의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곧 승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시장에 집중하지 않고 있으며, 이번 임기는 글로벌 무역 재편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상무장관의 이같은 발언이 공개된 뒤 미 증시는 오전 하락분을 되돌리며 강세를 보였고, 상호 관세 부과 이후 높아진 정책 불확실성도 일부 걷어냈다.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8% 오른 5,560.83, 나스닥은 0.55% 상승한 1만 7,461.32를 기록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0.75% 뛴 4만 527.62로 거래를 마쳤다. 또한 미 10년만기 국채금리는 4.2bp(1bp=0.01%) 하락해 4.174%까지 낮아졌다.
이날 백악관에서 캐롤라인 리빗 대변인과 함께 브리핑에 나선 스콧 베선트 장관도 협상 진행 상황을 공개했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과의 협상에 대해 “누가 어떻게 만나는지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관세는 중국에 상당한 부담이 되어 스스로 관세를 철회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협상 종료 시점에 대한 기자들에 질문에 “시장이 불안해 하는 것은 ‘전략적 모호성’이지만, 협상 창구는 점차 좁혀 나갈 것이며, 협정이 발표되는 순간 이러한 불확실성은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그러면서 “인도는 모디 총리와 회담 이후 큰 진전을 이뤘다”며 관세에 있어 논의 목표가 가장 명확한 나라로 꼽았다. 또한 베선트 장관은 “한국과도 큰 틀의 완성 단계이고, 일본도 협상 진전이 있다”고 밝혔다.

무역 협상 과정에서 높아진 불확실성과 기업들의 공급망 우려에 대해서 그는 “오늘 중으로 행정 명령을 통해 자동차 관세안에 대한 조정안이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시간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동차 관세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미국에서 자동차를 최종 조립한 경우 1년간 3.75%의 관세 부과분을 환급하고, 이듬해 2.5%, 최종적으로 면제하도록 해 공장 이전까지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했다. 베선트 장관도 해당 보도에 앞선 브리핑에서 “자동차업체들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미국 내 생산을 늘리고, 최대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경로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미국 최대 완성차 기업인 제너럴 모터스는 이번 차량 관세로 인해 연간 가이던스를 철회하고, 미 월가 투자은행을 상대로한 콘퍼런스콜도 연기했다. 폴 제이컵슨 최고재무 책임은 “관세 변동이 심각하다”며 기존 전망치에 실적을 맞추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미국 대형 기술 기업 실적 시즌이 진행 중인 가운데 아마존은 백악관의 공개적인 비판 기업 명단에 올랐다. 이번 논란은 펀치볼 뉴스에서 아마존의 상품 가격 표기에 관세로 인한 비용을 표기할 것이라는 보도가 촉발했다. 캐롤라인 리빗 대변인은 관련 보도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 “정치적이며, 적대적인 행동”이라며 “왜 바이든 행정부 당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는 하지 않았나”라며 날을 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제프 베이조스와 통화해 불만을 전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마존측은 “초저가 팀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했을 뿐”이라며 즉각 계획을 철회했다.
논란은 일단락했지만, 아마존의 실적에 대한 우려는 더 커졌다. 골드만삭스의 에릭 셰리던 애널리스트는 “관세로 인해 아마존의 영업이익이 최대 6%에서 12% 감소할 수 있다”며 “일부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마존의 이러한 실적 악화 우려는 미 대형 물류업체인 UPS에도 충격을 일으켰다. 캐롤 토미 UPS 최고경영자는 “지난 100년 간 겪어보지 못한 무역 충격”이라며 올해 2만 명을 감원하고, 73곳의 거점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UPS는 전체 화물 운송의 12%를 아마존에 의지하고 있다.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에도 미 주요 기업들은 현재까지 양호한 성적을 공개하고 있다. 알루미늄 관세 등으로 직접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했던 코카콜라는 1분기 매출액 112억 2천만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은 73센트로 컨센서스를 모두 웃돌았다. 미국의 이민자 단속 등의 영향으로 북미 매출은 둔화했으나, RBC 캐피탈은 “불확실한 여건에도 사업의 기초 여견이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 결제업체인 비자는 장 마감 이후 2025회계연도 2분기 매출액 95억 9천만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은 전년보다 10% 증가한 2.76달러로 컨센서스를 웃돌았다. 총 결제 시스템 거래 건수는 8% 증가했고, 글로벌 결제 규모는 13% 늘어나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무색한 성적을 공개했다.
반면 스타벅스는 중국 사업 악화와 미국 내 부진이 이어지며 지난 분기 조정 주다순이익 41센트로 컨센서스를 밑돌았다. 엔비디아와 함께 인공지능 분야의 수혜를 받았던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순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여파로 현지시간 오후 5시경 시간외에서 16%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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