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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신정부' 한국 경제 대외여건 어떻게 변할까?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5-06-02 09:24  

한국 경제 대외 여건은 뉴 앱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 특히 경제 분야가 심해 신정부가 집권하는 앞으로 5년 동안은 종전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아담 스미스식 자유방임 고전주의 ‘경제학 1.0’ 시대, 존 메이너드 케인스언식 혼합주의 ‘경제학 2.0’ 시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식 신자유주의 ‘경제학 3.0’ 시대에 이어 ‘경제학 4.0’ 시대로 구분하는 시각도 있다.

뉴 앱노멀 시대에 경제 분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띠는 움직임은 국가를 전제로 했던 종전의 세계경제질서가 흔들리는 현상이다.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파리 기후변화협정 등과 같은 다자주의 채널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주도의 다자 협상은 한 건도 열리지 않았다. 각국의 국제규범 이행력과 구속력은 2차 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역 블록 움직임도 붕괴 조짐이 일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제2의 브렉시트 논의도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는 한 차원 낮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재탄생했다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이마저도 붕괴될 조짐이다. 다른 지역 블록은 존재감조차 없다. 명목상 회의만 반복될 뿐이다.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양자 협력도 스파게티 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가 우려될 정도로 복잡해 교역 증진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스파게티 볼 효과란 삶은 국수를 그릇에 넣을 때 서로 얽히고설키는 현상을 말한다. A국이 B국, C국과 맺은 원산지 규정이 서로 달라 협정 체결국별로 달리 준비해야 할 해당국 수출업체에 오히려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다. 한미 간 FTA 협상처럼 자주 수정되거나 궁극적으로 폐지 요구가 거세진다.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국가 간에 이익을 도모하는 생산카르텔과 같은 시장담합기구도 무너지고 있다. 2019년 창설 멤버였던 카타르와 2020년 에콰도르가 탈퇴하는 것을 계기로 1961년 출범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오일 쇼크로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줬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붕괴될 위험에 놓여 있다. 경제활동 주 무대가 온라인과 모바일 공간으로 빠르게 옮겨지면서 오프라인 상에 있었던 기존의 시장담합기구를 지속시켜야 할 명분과 근거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국제통화질서에서는 미국 이외 국가의 탈(脫)달러화 조짐이 주목된다. 세계경제 중심권이 이동됨에 따라 현 국제통화제도가 안고 있었던 문제점, 즉 △중심통화의 유동성과 신뢰성 간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 △기축 통화국의 과도한 특권 △국제 불균형 조정메커니즘 부재 △과다 외화보유 부담 등이 심해지면서 탈달러화 조짐이 빨라지는 추세다.

국제금융기구의 분절화 움직임도 뚜렷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판 IMF인 긴급외환보유기금(CRA)이 조성됐고, 유럽판 IMF인 유럽통화기금(EMF) 창설이 검토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세계은행(World Bank)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 주도로 신개발은행(NDF)과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이 설립됐다. 미국과 중국 간 ‘3 x 2 메트랙스 분화 시스템’이 정착되고 있는 셈이다.




틀(frame)에 해당하는 국제규범과 이를 토대로 한 세계경제와 국제통화질서가 흐트러지면 경제주체(시장 포함)는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 대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같은 정치적인 포퓰리스트가 판치면서 이기주의와 국수주의가 기승을 부린다. 세계화 쇠퇴를 의미하는 탈글로벌(de-globalization)이란 신조어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외부성(externality)도 급증해 국가 개입이 늘어난다. 외부성이란 사적 비용(PC?private cost)과 사회적 비용(SC?social cost) 간 괴리가 나타나는 현상으로 ‘인간은 합리적이다’이라는 전제로 한 경합성과 배제성의 원리가 흐트러진다. 외부성은 PC보다 SC가 적은 경우 외부 경제, 그 반대의 경우 외부 불경제로 나뉜다.

외부성으로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경제학의 전제가 흔들리면 가치(value)가 가격(price)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현실진단 자료로 경제지표의 유용성이 떨어진다.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간 괴리가 심해진다는 의미다. 이런 여건에서 추진되는 경제정책은 특정국의 국정 목표에 부합한 몇몇 지표에 집착하는, 즉 프레임(frame)에 갇혀 있을 때는 반드시 실패한다. 오히려 경제지표가 괜찮다 하더라도 국민과 시장이 불안할 때에는 이것까지도 감안해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를 중시해야 성공할 수 있다.

특정국 경제가 지표상으로 괜찮은데 경제주체가 침체를 우려하고 시장은 주가 폭락 등으로 과민하게 반응했던 상황을 가정해 보자. 경제지표에 의존(date dependent)go 통화정책을 추진하는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아야 하지만 국민의 표심을 생각하는 최고통수권자는 위기를 조장하는 가짜 세력으로 내몬다. 심지어 전망기관의 비관적인 예측까지 간섭하거나 정책목표에 부합하는 통계만 발표한다. 통계 조작이다.

오히려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 기법 등을 활용해 경제지표와 경제주체의 반응 간 괴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정책당국의 올바른 모습이다. 텍스트 마이닝 기법이란 특정국의 최고통수권자(혹은 경제정책 책임자)가 경기를 살리겠다고 발언하면 완화적 성향의 어조는 ‘+1’, 긴축적 성향의 어조는 ‘-1’로 빅 데이터 지수를 산출해 경제주체의 반응을 파악하고 시장 친화적으로 조절해 나가는 기법을 말한다.

탈세계화로 대변되는 경제학 4.0 시대에 있어서 한국처럼 대외환경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일수록 불리하다. 대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갈라파고스 함정(Galapagos trap)에 빠져 경제학 4.0 시대에 나타나는 변화를 읽지 못한다면 선진국 문턱에서 추락해 중진국 함정(MIT?middle income trap)에 빠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뉴 앱노멀 시대에 세계 경제 변화를 초래하는 핵심은 각국의 최고통수권자다. 냉전 시대 종식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90년 이후 오랜 만에 ‘스트롱 맨(strong man) 체제’가 재구축되고 있다. 국가별로는 한반도 주변국에 속해 있는 중심국일수록 뚜렷하다. 세계 어느 국가보다 대외환경에 의존하고 남북 분단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 한국 경제로서는 스토롱 맨의 부상은 언제든지 테일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

스트롱 맨 체제는 2020년대를 눈앞에 구축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에 취임했다. 같은 해 5월에는 ‘강한 프랑스’를 주창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북핵 위협에 따른 일본 국민 보호’라는 명목으로 아베 신조 총리도 장기 집권 의욕이 드러났다.

사회주의 국가는 스트롱 맨 체제로 완전히 굳어졌다. 2018년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정치협상회의)를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마오저뚱, 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의 ‘시황제’로 등극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영구 집권이 가능해져 이오시프 스탈린에 이어 ‘차르’ 반열에 올랐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도 헌법 개정을 통해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같은 지위까지 올라섰다.

‘짐의 말이 곧 법이다’할 정도로 스토롱 맨의 행동은 법과 규범을 무시해 경제 분야에서는 절대 군주 시대가 도래되고 있다. 스토롱 맨은 정치가(statesman?다음 세대와 국민 우선)보다 정치꾼(politician?다음 선거와 자신의 자리만 생각)이기 때문이다. 경제 절대 군주 시대에 특정국 경제는 최고통수권자의 역할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최고통수권자가 제 역할을 못해 경제가 무너진 국가가 의외로 많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2015년 탄핵 시위에 몰렸던 올랑드 전 대통령은 테러, 난민, 브렉시트 등 나라 안팎에 수북이 쌓여 있는 현안을 처리되지 못해 경기가 수렁에 빠지면서 임마누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겨줬다.

그 자체가 나쁜 부패를 저질러 놓고 전?현직 대통령 간에 ‘누가 많고 적으냐’ 싸움을 벌이다 경제가 망가진 국가도 있다. 브라질이다.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은 국영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의 뇌물 사건에 휘말리면서 결국은 탄핵 당해 대통령직에서 쫓겨났다. 지금도 부패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너무 많이 퍼주다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탄핵에 몰리는 최고통수권자도 있다. 베네주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라 대통령이다. ‘장기 집권’이라는 오로지 개인 목적만을 위한 포퓰리즘적인 재정지출로 경제가 파탄된 지 오래됐다. 더 이상 생활고에 견디다 못해 조국을 등진 베네주엘라 국민만 하더라도 전체 국민의 20%가 넘는다.

갑질을 일삼다가 추락한 최고통수권자도 있다.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초만 하더라도 강력한 마약사범 단속 등이 성공하면서 국민의 지지도가 한때 90%가 넘었다. 하지만 높은 지지도에 악용해 인사 등에 무리수를 두고 비정상적인 외교정책으로 미국 등 전통적인 동맹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물러났다.

미중 간 경제패권 다툼에서 줄을 잘못 서 어려움에 처한 최고통수권자도 의외로 많다. 가장 극적으로 변한 최고통수권자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지우기’ 일환으로 이란과 핵 협정을 포기하고 경제제재 조치를 재개했다. 다급해진 하산 대통령은 중국과 대체 관계를 모색하다가 금융시장이 난기류에 빠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비슷한 처지다. 미국인 목사 인질사건에다 테러 적성국에 무기를 팔아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인 감정싸움까지 벌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가부도 위험에 직면하자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으나 최대 의결국인 미국의 반대에 부딪쳐 수포로 돌아갔다.

비선 조직에 의해 경제가 망가지는 국가도 있다. 2009년에 취임한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은 인도의 굽타 그룹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외형상 성장률은 괜찮아 보였지만 비선 조직인 인도 굽타 그룹의 국부 유출로 경제는 속빈 강정이 됐다. 종속 이론을 태동시켰던 1970년대 중남미 경제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 어느 국가보다 최고통수권자 리스크를 겪었던 한국은 이번에 새롭게 취임하는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관심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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