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공군의 초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이 투하된 이란 핵심 핵시설이 이미 비워진 상태였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란이 비축해온 고농축 우라늄의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상업위성업체 맥사는 19일 이란 곰주 산악지대 포르도 핵시설 진입로에 화물트럭 16대가 늘어서 있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 트럭들은 이튿날 위성사진에서 대부분 북서쪽 약 800m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있었다. 핵시설 입구 주변에는 불도저와 다른 트럭들도 있었다. 맥사는 이를 '통상적이지 않은 트럭 및 차량 활동'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이란이 위험물질 유출을 막기 위해 핵시설 진입터널을 메우는 조치를 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모든 걸 제거한 뒤 봉인했을 수 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두더지 잡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 공군은 22일 새벽 포르도 핵시설에 GBU-57 벙커버스터 폭탄 14발을 투하했다. 이후 위성사진에서는 터널 입구들이 흙으로 막혀 있었지만, 폭격 여파인지 이란 측의 사전 봉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뉴스위크는 포르도 핵시설 주변 트럭의 활동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진 않았지만, 이란 국영언론들은 주요 핵시설이 비워졌고 농축 우라늄도 '안전한 장소'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며칠 전 포르도 핵시설의 장비와 우라늄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포르도 핵시설은 무기급에 가까운 고농축 우라늄(HEU)을 대량 생산해온 곳이지만, 미국의 공습 당시에는 이미 텅 빈 상태였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유엔 안보리 브리핑에서 미국이 이란 핵시설 3곳을 공격했지만 외부 방사능 수치 변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이스파한 핵시설에 저장돼 있던 408㎏의 60% 농축 우라늄도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 농축 우라늄은 핵탄두 9~10개 분량으로, 특수 용기에 담아 차량 10대면 전량 운반이 가능하다.
미국 정부도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이 어디로 옮겨졌는지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향후 몇 주간 그 (핵) 연료들에 대해 뭔가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란이 무기로 전환할 장비는 더는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란 입장에서는 고농축 우라늄이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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