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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검사내전' 김웅, 8년만의 신작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 출간

전효성 기자

입력 2025-07-24 18:28  

4000년 형사사법 역사로 조망한 인간 본성과 권력의 충돌
“공정한 재판은 선의나 정의가 아닌, 적법절차가 지키는 것”

김웅 전 국회의원(현 법무법인 남당 대표 변호사)이 베스트 셀러 <검사내전>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가 출간됐다. 이 책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법전에서 시작해 현대의 미란다 원칙에 이르기까지 4000년에 걸친 형사사법제도를 다룬다. 법이라는 제도가 인간 본성과 어떻게 충돌하고 진화해왔는지를 통찰력 있게 탐구한 인문·법률 교양서다.

김 전 의원은 <검사내전>을 통해 검사 조직 내부의 현실을 위트 있게 풀어내며 법조계 내부의 목소리를 대중적으로 전달한 바 있다. 이번 신작에서는 형사사법제도를 철학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의식으로 접근한다. 단순한 법률 해설서가 아니라, 법의 기원과 형성과정을 인간 심리와 권력구조의 맥락 속에서 풀어냈다. "우리는 왜 정의라는 이름으로 반복해서 실수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 '소크라테스 재판' 왜 지금 다시 소환되는가

책의 핵심 테마는 고대 아테네에서 일어난 소크라테스 재판이다. 당시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 패배 이후 정치적 혼란과 대중의 불만이 팽배한 시기였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신을 믿지 않고 청년을 타락시켰다'는 이유로 시민 배심원 500명에 의해 사형을 선고받았다. 저자는 이 재판을 단지 역사적 오류나 사법적 실수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공포와 분노가 결합된 대중 심리가 '불편한 존재'를 제거하려는 본능으로 표출된 결과로 해석한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방어하기보다 공동체의 무지를 지적하는 방식으로 변론했고, 이는 오히려 대중의 분노를 증폭시켰다. 저자는 이 과정이 재판이라는 제도가 얼마나 쉽게 인간의 감정과 정치적 흐름에 휘둘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 법의 기원: 신의 이름을 빌린 정치의 언어

책의 초반부는 법의 기원을 다룬다. 저자는 우르남무 법전과 함무라비 법전, 로마의 12표법 등 고대 성문법을 언급한다. 초기 법 제도가 단순한 질서 유지의 수단이 아니라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정치적 장치였음을 강조한다. 김웅 작가는 "법은 신의 명령인 척 했지만, 실상은 통치권자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말한다.

함무라비 법전은 태양신 샤마쉬로부터 법을 받았다고 주장함으로써 법에 신성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실제 조문은 계급에 따른 차등 처벌과 통치 권력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처럼 법은 태생부터 신화와 정치, 도덕과 권력이 복합적으로 얽힌 장치였으며, 시간이 지나며 이를 합리성과 절차로 치환하는 과정이 현대 형사사법제도의 진화라는 분석이다.

▲ 직권주의 vs 당사자주의…사법절차는 '철학의 선택'

책의 중반부는 현대 형사사법을 구성하는 두 축, '직권주의(Inquisitorial system)'와 '당사자주의(Adversarial system)'에 대한 비교와 역사적 기원을 다룬다.

직권주의는 대륙법계 국가들이 주로 채택한 방식이다. 수사와 기소, 심리를 국가가 주도한다. 이는 중세 교회재판과 절대왕정기의 중앙집권적 통치 구조에서 기인한다.

반면 영미법계는 당사자주의를 채택, 검사와 변호인이 재판을 주도하고 판사는 심판자 역할에 집중한다. 이 구조는 개인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철학에서 출발했다. 미란다 원칙 같은 권리 고지 제도도 이런 맥락에서 등장했다.

김웅 전 의원은 형사사법의 형태가 단지 '국가 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은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가 △권력은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물음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형사재판의 주체를 정하는 문제는 '진실'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그 판단의 책임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 감정이 이끄는 법…"우리는 왜 자꾸 틀리는가"

법은 이성의 산물이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감정이 법을 이끄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중의 공포, 분노, 불안 같은 감정이 집단적으로 분출될 때, 법은 오히려 그 감정의 합리화 도구로 작용하기도 한다.

저자는 대표적인 예로 '마녀사냥'을 제시한다.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 유럽을 휩쓴 마녀재판은 법의 이름으로 벌어진 집단 광기의 역사를 살펴본다. 이 재판들은 증거보다 '의심', 정황보다 '두려움'을 근거로 이뤄졌다. 형식적 절차는 있었지만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법은 인간의 본능적인 복수심을 억제하기 위해 발전해 왔다. 하지만 법이 감정에 휘둘리면, 다시 복수와 응징의 정서가 지배하게 된다. '피해자 중심주의', '공분의 해소'라는 명분으로 법이 과도하게 작동할 때, 그것은 오히려 법의 본질인 냉정함과 절제를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한 사람의 분노가 여론의 분노로 증폭되고, 여론이 사법에 압력을 가하면, 법은 대중의 심리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물론 감정 없는 사법은 존재할 수 없다.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가해자의 진심을 판단하는 과정에도 감정은 개입된다. 하지만 법은 그런 감정을 조절하고 거리를 두기 위해 정교한 절차와 기준을 세운다. '정의는 냉정해야 한다'는 말은, 피해를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라, 공정함을 유지하기 위한 철칙이다. 이 책은 법과 감정의 복잡한 관계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자주 틀릴 수 있는 존재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 '느린 정의'는 선택이 아닌 필연

현대 형사사법은 종종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저자는 이 비효율이야말로 억울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인류가 지불한 대가'라고 주장한다.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무죄추정, 증거재판주의 등은 수천 년에 걸친 실수와 반성, 희생의 결과라는 것이다.

저자는 "형사사법제도는 인간이 정의를 알 수 없다는 전제 위에서 설계된 구조"라며 "우리를 지키는 것은 선의나 여론이 아니라,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담긴 절차적 정의"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여론이나 피해자 감정에 휘둘리는 '속도 중심의 정의'는 결국 오심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소크라테스 재판부터 마녀사냥, 정치적 사법 살인의 반복은 이러한 집단 심리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인터넷 시대의 '여론 재판' 역시 유사한 구조 속에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수사권 조정, 검찰개혁 논의에 던지는 비판적 성찰

저자는 형사사법제도의 역사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주장을 펼친다. 인간이 정의를 알 수 있다면 미란다 원칙이니 적법절차니 하는 것도 불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은 정의를 알 수 없다. 저자는 "형사사법제도는 '인간은 부조리하고 감정적이며 부정확하다'라는 깨달음 위에 세워진 것"이라며 "결국 공정한 재판을 가능케 하는 것은, 선의나 정의가 아니라 적법절차"라고 말한다.

이러한 적법절차의 중요성은 현대 한국 사회에도 깊은 시사점을 던진다. 저자는 최근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수사권조정' 논의를 비판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수사권조정이 '역사의 반동'이라고 말한다.

김 전 의원은 "규문주의적 요소는 짙어졌고, 수사기관은 더욱 강력해졌으며 적법절차는 후퇴했다. 그냥 중국화한 것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진정한 검찰개혁은 사법통제 기관으로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검찰의 직접수사 문제와 한국형 FBI 모델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유도 이같은 취지에서 비롯됐다.

김웅 저자는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1997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창원지검 진주지청, 서울중앙지검,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광주지검 순천지청 등에서 검사로 재직했으며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부부장검사를 역임했다. 현재 법무법인 남당 대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저서 <검사내전>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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