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을 지원하는 캠페인이 출범했다.
바로 'HIV 차별 종식을 위한 레드 마침표 캠페인'이다. 대한에이즈학회와 레드(RED) 마침표 협의회는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캠페인 출범을 알렸다. 협의회는 의료진, 감염인 단체, 산업계, 학계가 모여 구성했으며 명칭은 에이즈를 상징하는 붉은 리본과 편견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간담회는 캠페인을 후원하는 이선희 대한에이즈학회장의 개회사와 협의체 활동 중인 손문수 KNP+ 대표, 최재연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대표이사의 환영사와 축사로 시작됐다.
이어 진범직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가 'HIV 치료 환경의 과학적 발전에 발맞춘 사회적 편견/낙인 종식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에 따르면 HIV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치료(ART)의 발전으로 조기 진단과 치료시 비감염과 유사한 평균 수명을 보였다. 또한 약제 복용으로 혈액 검사상 HIV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을 정도로 바이러스 활동이 억제되면 전파 가능성도 없어진다.
그러나 이런 과학적 진보에 비해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뒤처진 수준이었으며, 이는 감염인들의 삶의 질을 저해한다. 실제로 2017년 HIV 감염 진단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5년간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감염인은 비감염인에 비해 자살 사망 위험이 1.84배 높았다(2025년 5월 발표 논문).
간담회에서는 성소수자 인권 단체 신나는센터 및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2025년 HIV 관련 국민 인식 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전국의 3천명을 대상으로 ▲HIV 질환 인지도와 이해도 ▲사회적 오해와 편견에 대한 정량적 수치 ▲HIV 제도적 지원 사업에 대한 국민 인식 등을 조사한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HIV에 대해 들어본 적 있지만, HIV와 AIDS를 구분할 정도의 높은 인지도를 보이는 응답자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 중 13%만이 우리 사회가 HIV에 대해 개방·포용적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응답자의 80%는 한국 사회의 HIV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81%는 HIV 감염 감소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진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우리 사회 구성원 스스로 HIV에 대한 개방·포용적 태도의 부족함을 절감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체계적인 전국 단위 조사를 통해 확인된 HIV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 해소에 대한 공감대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대한 공고한 지지와 함께 HIV 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종식하기 위한 활동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혁 광운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는 레드 마침표 캠페인의 취지와 의미를 소개하며, 편견 종식으로 모두가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을 강조했다. 레드 마침표 캠페인은 단발성 행사가 아닌 HIV 편견 해소를 위한 장기적인 인식 개선 프로젝트로서 협의체를 중심으로 사회 다방면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온·오프라인 활동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과학적 혁신에서 사회적 혁신을 향한 첫 걸음 - HIV 편견과 차별 종식을 위한 우리 모두의 과제와 역할'을 주제로 한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김태형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좌장을, 손문수 KNP+ 대표, 김승환 신나는센터 상임이사가 패널로 참석했다.
손문수 대표는 "이번 협의체 출범은 학계, 환자단체, 산업계가 한 목소리로 인식 개선에 나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감염인이 사회적 차별로 인해 겪는 우울감, 내재적 낙인은 자살로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개개인의 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승환 이사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아직 질환에 대한 대중적 이해도는 미비하지만, HIV 차별 종식을 위한 노력과 정책적 지원에 대한 대중적 공감대가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HIV 감염인들과 성다양성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차별과 편견 없이 치료받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연대와 지지가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형 대한에이즈학회 기획이사는 "레드 마침표 캠페인은 HIV 감염인에 대한 낙인과 혐오에 '마침표'를 찍고,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예방과 치료 과학의 보편적 혜택을 확산시키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라며 "HIV는 예방과 치료,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이라는 사실을 우리 사회가 직시할 때 2030년까지 신규 감염을 50% 줄이겠다는 국가 보건 목표도 비로소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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