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가 70여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배임죄 폐지 방침을 공식화하고 대체 입법을 마련하기로 했는데요.
재계에서 과도한 경제형벌이라며 꾸준히 요구해온 배임죄 폐지가 현실화됨에 따라 기업 경영활동에 보다 활력이 생길 것이란 기대감이 나옵니다.
세종 스튜디오 연결해 자세한 내용 살펴봅니다.
전민정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 형벌 합리화를 주문한 후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게 배임죄 폐지였는데요. 결국 배임죄를 없애기로 했네요. 그 배경은 무엇입니까?
<기자>
네, 우선 배임죄는 보통 업무 과정에서 자기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타인이 이익을 취하게 했을 때 성립되는 범죄를 말하는데요.
그동안 배임죄 구성요건이 모호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수사나 재판이 이뤄질 수 있어 기업인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까지 범죄로 몰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습니다.
정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니, 실제 정부가 최근 배임죄 판례 약 3,300건을 분석한 결과 배임죄의 구성 요건 자체가 굉장히 추상적이어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합니다.
또 기업과 무관한 민생 분야나 가상자산 범죄 등 새로운 경제범죄 유형에도 배임죄가 적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정부는 고의가 없고 합리적 경영 판단에 따른 결과라면 배임으로 처벌하지 않도록 범위를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배임죄 폐지에 따라 중요범죄에 대한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연내 대체입법을 마련한다는 계획인데요.
임직원의 법인 자금을 사적으로 빼돌리거나 영업비밀을 유출하는 등 배임죄로 다뤄온 일부 범죄는 여전히 처벌이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대체 입법은 배임죄의 요건을 명확히 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민사책임 전환 등을 통해 형사처벌 범위를 축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상법상 특별 배임죄가 사실상 사문화된 만큼, 액수에 따라 가중처벌이 가능해 가장 널리 쓰이는 형법상 배임죄부터 없애겠다는 입장인데요.
정부 관계자는 "상법상 특별 배임죄 폐지 문제도 같이 검토 했지만 형법상 배임죄와 구속 요건이 같아 사실상 기소되는 건수가 거의 없었다"며 "상법상 특별 배임죄를 폐지한다 하더라도 배임죄의 요건이 불명확하거나 추상적이라는 한계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형법상 배임죄가 해결된 후 추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배임죄 폐지 이외에도 과도한 경제 형벌을 개선하는 조치들도 발표됐는데요. 경미한 위반엔 형벌 대신 과태료 부과로 대체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요?
<기자>
오늘 당정이 발표한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보면요.
우선 개편하기로 한 110개의 경제형벌 중 68개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의무 위반 행위에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폐지하고 과태료 부과 등 행정제재로 전환하는 내용입니다.
예컨대 화물 트럭 소유자가 지자체의 승인을 받지 않고 차량을 개조한 경우 지금은 징역 1년 이하의 처벌이 가능한데, 앞으로는 시정명령과 과태료 1천만원을 부과하는 것으로 조정됩니다.
금융 규제 손질도 이뤄지는데요.
은행이 고객의 외환거래 합법성을 확인하지 않은 경우에 적용되는 형벌 조항을 삭제하고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고요.
개인신용평가사가 개인신용정보 수집 기록을 보존하지 않은 경우에도 기존 징역형 대신 과태료 최대 1천만원으로 처벌 수위를 낮추기로 했습니다.
'선의의 사업주'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생깁니다.
대표적으로 법을 어긴 사람 뿐만 아니라 사업주나 법인까지 함께 처벌하는 최저임금법 관련 양벌규정을 손봐 사업주가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을 경우 면책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일단 재계에선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는데요. 하지만 사업주 처벌 수위나 양벌조항 등 개선과제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는 평가도 나오네요?
<기자>
네, 우선 경제계는 이번 조치에 대해 "기업 의사결정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경영활동에 큰 활력을 줄 것"이라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도 많은데요.
대한상의는 "공정거래법상 개인과 법인을 하나의 사실로 동시 처벌하게 돼 있는 양벌조항이나 동일인 지정자료 제출의무 위반까지 형벌을 부과하는 부분에 대한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고요.
한국경제인협회는 "여전히 수많은 법령에 단순 행정의무 위반의 범죄화, 중복 처벌 등 과도한 형벌 규정이 산재해 있다"며 경제형벌에 대한 전향적인 개선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정부여당은 연내에 배임죄 폐지에 대한 대체 입법을 마련한단 계획이지만 이 역시 만만찮은 작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체 입법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고, 배임행위를 유형화한 입법 사례는 찾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법제화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세종스튜디오에서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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