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67.85
(39.34
0.98%)
코스닥
924.04
(5.79
0.62%)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韓 증시, 앞으로 가보지 않는 길 걷는다…야누스적 두 변수, 어느 쪽으로 가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황효원 기자

입력 2025-11-10 08:53  


1년 전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당선 확률이 높아지면서 ‘트럼프 트레이드’가 유행했다. 테슬라, 비트코인 등 친트럼프 성향의 투자 대상에 돈이 집중적으로 유입되면서 거래가 활발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투자 성과도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 좋았다.

최근에는 ‘탈(脫)법정화폐 거래(debasement trade)’가 활발해지고 있다. 법정화폐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실질 가치와 화폐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는 투자 대상이 선호되는 트렌드를 말한다. 200년 이상 지속돼온 법정화폐가 사라지만 각국 중앙은행 통화정책과 국민의 화폐 생활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명목상 종이에 불과한 법정화폐가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국가가부여한 공신력에 대한 신뢰가 깨지지 말아야 한다. 법정화폐의 공신력은 양대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 하나는 독점적인 주조권이 보장돼야 하가, 다른 하나는 물가가 안정돼야 한다. 양대 전제조건 모두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연관된다.

트럼프 집권 1기부터 우려됐던 미국 중앙은행(Fed)의 독립성은 집권 2기 들어 급격히 훼손당하고 있다. 통화정책 목표 수정, 기준금리 변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사 개편, 예고도 없는 방문 등으로 흔들어 왔기 때문이다. 설립 이후 대통령과 Fed 의장 간 갈등 지수를 추적해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제품 파월 의장 때가 최고 수준이다.

미란 보고서와 함께 트럼프노믹스 2.0의 근간인 ‘프로젝트 2025’의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Fed는 독립성 훼손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의 시녀로 전락한다. Fed의 개편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독점적인 주조권도 코인 등 민간에서 발행한 대안화폐를 받아 들어 분산화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되면 1선 목표인 물가안정 달성은 요원해진다. 최근처럼 성장률(g)이 이자율(r)보다 높으면 빚내서 더 써도 좋다는 현대통화이론에 근거한 재정지출이 유행하는 때에 중앙은행이 길항 역할을 못하면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통화정책에서 금리까지 내려면 캘로핑 하이퍼 인플레이션 국면도 닥칠 수 있다.

양대 조건이 흐트러져 법정화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퇴장됐던 통화(hoarding money)가 빠르게 제도권으로 나올 수(dishoarding money)밖에 없다. 최근 들어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는 여건에서 통화유통속도, 통화승수와 같은 경제 활력 지표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물경기는 침체돼 있는데 주가와 강남 등 일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한국이 대표적인 국가다.

탈법정화폐 거래 최적의 대안으로 화폐와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금이 급부상하고 있다. 달러화와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짐에 따라 안전자산 선택 범위가 제한되는 것도 금값 상승 요인으로 가세되고 있다. 중심 통화도 달러 대신 금으로 복귀해야 않느냐는 금본위제 논의가 오랜 만에 고개를 들고 있어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주목된다.

금보다 못하지만 스테이블 코인도 탈법정화폐 거래 대상이다. 가치 면에서는 법정화폐보다 유리하고 지니어스법 통과 이후 화폐 기능이 공식적으로 부여됐기 때문이다. 같은 코인 중에서는 생산량이 제한된 비트코인보다 알트코인의 상징 격인 이더리움이 확장성이 높아 더 부각될 확률이 높다.

전통적인 재테크 수당인 주식과 채권만 놓고 보면 전자가 더 유리하다. 금융이 실물을 주도(leading) 시대에서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간 반비례 관계가 약화됐다. 작년 9월 이후 Fed가 금리가 내리는 여건에서 주식투자 수익률이 국채 투자 수익률보다 높다.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단숨에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 앞날과 관련해 변수는 최근 들어 심상치 않게 움직이는 원·달러 환율이다. 수준 면에서는 1400원을 들락거리는 가운데 하루 변동 폭도 베트남 동화, 태국 바트화 등 동남 아시아 통화보다 크다.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0년대 후반과 원화의 이류 통화 전락 우려가 나왔던 2년 전처럼 대내외 충격에 완충할 수 없는 여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이상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였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달러인덱스는 1차 한미 상호과세 협상이 마무리됐던 지난 7월 말까지 10% 정도 떨어졌다. 종전의 경우 달러인덱스와 같은 방향으로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1390원대로 상승했다. 환율 수수께끼 현상으로 1차 이상 조짐이다.

8월 이후에는 대내외적으로 변동 요인이 많았지만 원·달러 환율의 중심선(pivot)은 달러당 1390원에서 크게 이탈되지 않았다. 일종의 카무푸라즈 현상으로 관세 협상이 잘된 것처럼 착각을 들게 하는 2차 이상 조짐이다. 이 기간에는 잠재적인 환율 변동 요인, 즉 숨겨진 바퀴벌레가 더 많아졌다.

2년 만에 재개된 미국 지방은행 사태에 J.P 다이번 회장의 경고로 다시 거론되고 있는 바퀴벌레 이론의 골자는 이렇다. 부엌에 바퀴벌레 한 마리가 나타나면 그 속에는 떼가 있는 것처럼 잠재 부실 등이 가시화되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를 마련해 놓아야 금융위기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일종의 위기관리이론이다.

문제는 지난달 중순 이후 카무푸라즈 기간에 누적됐던 바퀴벌레가 속속 벽장을 뚫고 나오고 있는 점이다. 가장 먼저 달러인덱스 산출에 숨겨졌던 달러 강세 요인이 제자리를 찾고 있다. 이 지수는 구성비중이 58%(영국 파운드화 등 다른 유럽 통화까지 합치면 74%)에 달하는 유로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 올라가고 강세를 보이는 하락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아베 신조 사후 벽장 속에 숨겨졌던 아베노믹스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엔저 정책을 표방한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 출범 이후 엔·달러 환율이 152엔대로 올라섰다. 종전보다 약화돼긴 했지만 2023년 이후 원화와 엔화의 상관계수는 0.3% 내외로 추정된다. 외환위기 당시 낙인 효과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초에 열렸던 전승절을 계기로 대미 협상에 공세적으로 나가고 있는 중국은 4중 전회를 끝나고 위안화 절하를 포함한 종합 경기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네 번째 연임 확정으로 종신 집권 체제를 구축한 시진핑 주석이 인민의 경제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원화와 위안화 간 상관계수는 0.6으로 주요 교역국 퉁화 중에서는 가장 높게 나온다.

우리 내부적으로도 숨겨진 커다란 바퀴벌레가 있다. 대미 투자 3500억 달러는 대외순자산대비 33%, 외환보유고대비 85%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단기간 현금으로 넣으면 제2 외환위기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수준이다. 관세 협상 타결을 놓고 막바지까지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이탈 간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임계점은 달러당 1430원 내외로 추정된다. 그 이전까지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보다 친증시 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이후 이 수준을 넘자 외국인 자금이 7조원 넘게 이탈됐다.


선제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때다. 올들어 두 차례 걸친 이상 조짐으로 누적돼온 바퀴벌레 떼를 잡지 못하면 원·달러 환율이 의외로 크게 올라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기경보체제(EWS)를 가동해야 하고 국가 간 혹은 내부적으로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대미 투자 협상을 잘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자 대책이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