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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떨어진 11월 CPI..못 믿겠다는 월가와 연준의 딜레마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기자

입력 2025-12-19 09:33   수정 2025-12-19 09:37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이 18일(현지시간) 공개한 미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며 뉴욕 증시를 밀어올렸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S&P 500 지수는 0.79% 상승한 6,774.76, 나스닥 지수는 1.38% 뛴 2만 3천6포인트 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최근 오라클, 브로드컴 실적 발표 이후 깊어진 인공지능(AI) 인프라 산업에 대한 공포감은 마이크론의 호실적으로 덜어냈지만, 월가는 연준의 통화 정책을 바꿀 이번 인플레이션 지표에 잇따라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11월 중순까지 이어진 43일간의 미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설문조사를 포함한 지표 수집이 마비됐고, 11월 중순께 재개한 이번 소비자물가 집계 과정의 통계적인 왜곡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이사회 의장도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제 진단에 있어 일시적이지만 심각한 시야 확보의 어려움을 초래했다”며 “10월 소비자물가지수라는 퍼즐 조각 하나가 사라진 상황에서 전체 그림을 완성해야 한다”고 토로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당시 “11월 지표가 나오더라도 평소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검증과 신중함을 유지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연준 내부를 깊숙이 취재한 월스트리트 저널과 주요 투자기관들의 반응은 이런 점으로 인해 이번 수치가 연준의 정책 경로를 결정짓는 변곡점이 되기에는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사라진 10월 물가지수..임대료 둔화의 미스터리

미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11월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6%로,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헤드라인 CPI 역시 2.7%로 월가 주요 기관들의 예상치인 3.1%를 밑돌았다. 그러나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이 수치 집계에 방법론적 결함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핵심은 CPI 가중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 항목 중 임대료와 주택 소유자의 등가 임대료(OER)다.

울프 리서치와 UBS의 주요 이코노미스트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물가지수에서 10월과 11월 두 달간의 임대료와 OER 상승률 수치는 10월 변동분을 사실상 0%로 가정하지 않고서는 산출되기 어려운 값으로 나타났다. 셧다운으로 인해 10월 현장 조사가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임의의 값을 반영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 역시 “노동통계국이 조사 대상 도시의 약 3분의 1에 대해 OER 산출 시 0% 인플레이션을 입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연준의 그림자 대변인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이를 두고 “통계적 보정에 의존한 결과이므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용납할 수 없는 결과라고 경계하고 있다.

이날 CPI 세부 항목을 보면 주거비 항목이 이례적으로 낮아진 것에 비해 핵심 상품 물가는 오히려 상승하는 등 일관성이 떨어지는 지점도 나타난다. 가전과 의류 가격은 둔화했으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상품 물가의 6개월 연율 기준으로는 1.9% 상승하는 등 2023년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노동통계국은 10월 지표 수집이 어려워 비설문 자료를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 CPI 둔화했지만 1월 금리 동결에 무게

이날 뉴욕증시는 월가 컨센서스를 대폭 밑도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준이 고용 시장 약화에 대응한 금리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오라클이 0.88%, 엔비디아가 1.87% 반등하는 등 주요 반도체, 대형 기술기업들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지만, 연준의 통화정책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TD증권과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등은 이번 11월 보고서는 잡음이 섞인 것으로 평가하고, 연준 위원들이 12월 지표를 확인하기까지 금리 결정을 미룰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가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인플레이션 약화가 기술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면 12월 지표에서는 물가가 재가속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에서 금리 선물 시장을 바탕으로 집계한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미 연준이 오는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확률을 약 26%로 반영하고 있다. 내년 금리 인하 속도 역시 상반기와 하반기 각 1회로 보수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지표의 신뢰성 논란과는 별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수치를 경제 성과의 지표로 적극 포장하고 있다. 케빈 해싯 미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CPI 보고서를 두고 “놀라울 정도로 좋은 보고서”라며 “높은 경제 성장률과 함께 낮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 트럼프 “곧 발표 하겠다”..차기 의장은 “금리 많이 내릴 사람”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대마초에 대한 의료목적 사용 허가 행정명령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차기 의장 선임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미셸 보우먼 이사에 대해서도 “훌륭한 사람”, “환상적인 인물”이라며 “서너 명과 이야기하고 있고, 모두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종 후보로 거론되어 온 케빈 해싯 미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비롯해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미셸 보우먼 이사도 후보에 포함된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 시점에 대해 “몇 주 안에, 연말 전이 될지는 모르지만 곧 발표하겠다”, “빨리 결정을 내리겠다”며 지명이 임박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날(현지시간 17일) 밤 대국민 연설을 통해 “금리를 많이 내릴 사람으로 곧 발표하겠다”며 이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환 부담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의 금리 인하에 대한 발언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혀 간밤 채권 금리가 오르는 변동이 이어졌다. 다만 이날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CPI 공개 직후 하락 전환해 4.124%선에서 움직였다.

◆ 시장을 녹인 마이크론..AI 수요 내년까지 간다

이번 주 고용, 인플레이션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 발표와 별개로 개별 기업 실적이 시장의 동력이 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미국 마이크론은 전날 장 마감 이후 발표한 2026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은 136억 4천만 달러, 주당순이익은 4.78달러로 모두 컨센서스를 대폭 상회했다. 2분기 가이던스로 매출액은 시장 예상치보다 30% 높은 187억 달러, 주당 순이익은 약 2배 가까운 8.42달러를 전망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는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2028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규모 전망치를 1,0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연평균 40%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수밋 사다나 최고비즈니스책임자는 “이번 수치는 매진된 것 이상”이라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메모리 반도체의 새로운 사이클을 만들고 있음을 시사했다.

모건스탠리는 마이크론에 대해 2027년까지 AI 인프라 투자 열풍과 다년간 계약 등이 기대된다며 비중확대와 목표가를 350달러로 높였고, 로젠블렛 증권은 2027 회계연도까지 장기간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면서 기존 목표가 대비 60%가량 높인 500달러를 제시했다.



미국 경제 펀더멘털과 소비 여력을 가늠할 물류 기업 페덱스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도 무난한 실적을 공개했다. 페덱스는 2026 회계연도 2분기 매출 235억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 4.82달러를 기록하며 월가 예상을 웃돌았고, 연간 매출 성장률 전망치 하단을 기존 4%에서 5%로 상향 조정했다. B2B 사업 재편과 브랜드 정비를 진행해온 나이키 역시 중화권 매출 감소에도 주당순이익 53센트를 기록해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이날 뉴욕 증시는 인플레이션 둔화 지표와 AI 인프라 투자 지속 가능성으로 상승 마감했다. 다만 하루 뒤인 19일은 선물 옵션 동시만기일인 쿼드러플 위칭데이(네 마녀의 날)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날 만기를 맞는 옵션 명목 가치는 사상 최대 규모인 약 7조 1,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KM 파이낸셜의 제프 킬버그 CEO는 이와 관련 "옵션 트레이더들이 올해 손익을 확정 지으면서 거래량이 평소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S&P 500에서 6,800선 방어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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