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분기 미국 경제가 2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해 월가 전망을 웃돌았다. 뉴욕 주식시장에서 연말 한산한 거래 속에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 강세에 이날 S&P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현지시간 2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1.3포인트, 0.46% 오른 6,909.79, 나스닥은 133포인트, 0.57% 상승한 2만 3,561.8선으로 지난달 기록한 2만 4천선에 다시 다가섰다.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대응 수위가 높아지는 한편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등이 이어지면서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이날 트로이온스당 4,518.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성명을 통해 “강한 경제 지표에도 금리 인상 우려가 시장을 끌어내린다"며 시장 친화적인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선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 고물가 딛고 2년 만에 최고치..트럼프 "시장 좋을 때 금리 내려야"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은 3분기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4.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3분기 GDP 속보치는 셧다운 여파로 당초 발표 일정보다 두 달 가량 지연됐다.
이번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2분기 3.8%에서 0.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2023년 3분기 이후 최고 기록이다. 미국 경제의 70% 가량을 이끄는 개인소비지출(PCE)은 2분기 2.5%에서 3.5% 증가로 뛰어올랐다.
주로 헬스케어와 해외여행을 포함한 서비스 지출이 늘었고, 기업 투자는 인공지능(AI) 인프라와 관련한 데이터센터 투자를 바탕으로 2.8% 증가했다. 다만 증가폭은 지난 2분기 7.3% 대비 크게 둔화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무역 정책의 영향으로 수입이 대폭 감소했다. 수출에서 수입을 제외한 무역수지는 GDP 성장률 상승분 가운데 약 1.59%포인트를 기여했다. 기업 이익은 3분기에 4.2% 급증하며 올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했다. 미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PCE 가격지수는 3분기에 2.8% 상승했고,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는 2.9% 올라 연준의 2% 목표치를 훨씬 웃돌았다.
이날 민간 경제 조사단체 컨퍼런스 보드가 발표한 12월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는 89.1로 전월 92.9 대비 하락하며 5개월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향후 6개월 뒤 경기를 예고하는 기대 지수는 70.7로 보합세를 유지했으나, 경기 침체 신호로 간주되는 기준선인 80을 11개월 연속 밑돌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GDP 성장률 발표 직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나의 새로운 연준 의장은 시장이 잘 되고 있을 때 금리를 내리기를 원한다"며 "아무 이유 없이 시장을 파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나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은 연준 의장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엔 좋은 뉴스가 있으면 시장이 올랐지만, 요즘은 좋은 뉴스가 있으면 시장이 내려간다”며 잠재적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금리인상 전망이 시장을 누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강력한 시장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다”며 “인플레이션은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차기 연준 의장 지명에 대해 3~4명 가량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폴리마켓, 칼시 등 주요 정치 베팅 사이트에서는 케빈 헤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누르고 차기 의장에 오를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기 의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케빈 헤싯 위원장도 이날 미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다른 중앙은행들을 살펴보면, 미국은 금리 인하 측면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며 연준의 소극적인 통화 정책에 변화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헤싯 위원장은 또한 이날 3분기 GDP에 대해 “정말 환상적인 숫자이며 미국 국민들에게 훌륭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생산성 확장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베선트 "인플레이션 목표 2% 조정, 우선 순위 아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전날 인기 팟캐스트 올-인(All-In)과의 인터뷰에서 연방준비제도의 물가 관리 목표인 인플레이션 2%를 조정하는 것은 우선 순위가 아니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목표를 변경하는 것에 대해 “항상 수치를 상향 조작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일단 우리가 가시적인 2% 목표로 복귀하고 나면, 그때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와 시장은 생물학이지 수학이나 물리학의 영역이 아니다”라며 향후 1.5~2.5% 또는 1%~3% 등 유연한 범위 도입을 두고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베선트 장관은 현재 물가 수준에 대해서는 상당한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월 소비자물가 지수가 연율 2.7%로 다우존스 집계 컨센서스인 3.1%를 대폭 하회한 것에 대해서 베선트 장관은 “좋은 숫자가 나오자 (월가의) 태도가 돌변하는 것이 놀랍다”며 “블룸버그의 모든 월가 예측가들이 틀렸고, 그러고 나면 측정 방식을 탓하기 마련”이라고 일축했다.
베선트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 기간 누적 소비자물가지수는 21~22% 상승해 가격 수준 자체가 높아졌지만, 현재의 인플레이션 수치는 이제 내려가기 시작했다”며 “불법 이민자들이 떠나면서 현재 임대료가 약 5% 하락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월가는 내년 미국 경제 전망을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내년 미국 성장률을 2.6%로 전망한 반면 씨티그룹은 2.1%로 보수적인 예측을 내놨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관세 인상 부담 감소,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세금 환급, 연준 금리 인하 사이클로 인한 완화적 금융 여건으로 내년 상반기 강력한 GDP 성장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반면 앤드류 홀렌호스트 씨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추가 세금 환급 규모를 500억 달러 이하로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완화적인 금융 환경에도 경제에 큰 반등이 이어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홀렌호스트는 “올해 하반기 고용 둔화가 무역이나 기타 정책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증거는 거의 없다"며 "고용 약화로 인한 소득, 소비자 지출의 지속적인 둔화로 이어지는 것이 기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그는 "실업률이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저점 대비 최소 2%포인트 상승하지 않은 역사적 사례는 없다”고 경계했다.

◆ 노보 노디스크, 경구용 비만약 선점..엔비디아는 3%대 강세
이날 헬스케어 기업들은 비만치료제 승인 소식으로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노보 노디스크는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경구용 위고비를 체중 감량 치료제로 세계 첫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임상 시험에서 위고비 알약은 1년간 평균 16.6%의 체중 감량을 보여 주사제인 위고비 2.4mg과 유사한 효과를 입증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번 비만치료제 알약을 내달 초 미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며, 매달 149달러에 1.5mg 용량부터 공급한다.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의 경구용 체중 감량 약물 오르포글리프론은 후기 임상에서 12.4% 체중 감량을 보여 노보 노디스크 제품보다 효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 소식으로 인해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이날 7.3% 급등한 반면 일라이 릴리는 0.45%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H200 반도체의 내년 2월 중국 수출 재개 가능성에 대한 전날 로이터 통신의 보도 등으로 이날 3% 급등했다. 엔비디아는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젠슨 황 최고경영자 회동 이후 중국 판매 반도체에 대한 25% 수수료를 미국 정부에 지급하는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 글을 통해 “엔비디아가 강력한 국가 안보를 보장하는 조건 아래에서 중국 등 승인된 고객에게 H200 제품을 배송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H200은 최신 블랙웰 GPU 가속기보다 에너지효율, 성능 등에서 한 세대 이전 모델로, 그간 국가 안보 우려로 중국 수출이 금지됐던 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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