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뒤흔든 TSMC…"수십억 원 손실 우려"

대만 북동부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7.0 강진으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의 첨단 반도체 생산 공정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시보와 연합보 등 대만언론은 29일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7일 이란(宜蘭) 지역 근해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신주과학단지 내 TSMC의 일부 공장이 대피 기준에 도달해 긴급절차에 따라 근무자 등이 예방 차원에서 외부로 대피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이번 지진으로 건물 자체의 구조적 손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미세한 진동에도 민감한 첨단 장비가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반도체 제조 핵심 설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은 진동이 감지되면 장비 보호를 위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도록 설계돼 있다.

남부과학단지(난커·南科) 타이난의 TSMC 공장의 경우 이번 지진에 따른 영향은 진도 4 수준으로 비교적 낮았으나, 3나노(㎚·10억분의 1ｍ)와 5나노 등 최첨단 공정 라인이 집중돼 있어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에 문제가 생길 경우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진도'는 절대 강도를 의미하는 '규모'와 달리 지진이 일어났을 때 해당 지역에 있는 사람의 느낌이나 물체의 흔들림 정도 등을 수치로 나타낸 상대적 개념이다.

저우줘후이 대만 칭화대 재료학과 특별초빙 교수는 이번 지진으로 신주과학단지 내 파이프라인 등의 문제로 칩 생산에 영향이 있을 수 있으며, 특히 실리콘 웨이퍼에 섬세한 패턴을 식각(에칭)하는 장비의 위치 변동 및 정전에 따른 가동 중단으로 100∼200개에 달하는 후속 공정에 영향을 미쳐 생산라인의 웨이퍼가 전부 폐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대 1억 대만달러(약 45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TSMC는 지난 1월 남부 타이난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6.4 지진 등으로 53억 대만달러(약 2천422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내년 1월 15일 예정된 TSMC 2025년도 4분기 실적설명회에 시장과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고 대만언론은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