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삼성·SK…美, 中반도체공장 장비반입 완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반도체 공장 운영과 관련해 장비 반입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를 일단 덜게 됐다. 미 정부가 양사에 부여했던 포괄적 수출 허가를 철회하는 대신, 장비 반출을 1년 단위로 승인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완화하면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적용해오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 지위를 취소하는 대신, 매년 필요한 장비와 부품을 사전에 심사해 수출을 허용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내년 장비 반입 계획을 확정하고 공장 운영에 따른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할 수 있게 됐다.

VEU는 일정한 보안 조건만 충족하면 별도의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예외적 지위를 말한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D램, 다롄 낸드 공장은 그동안 미 정부로부터 VEU 지위를 인정받아 별다른 규제 없이 미국산 장비를 반입해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지난 8월 이들 중국 법인을 VEU 명단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는 관보 게시일인 9월 2일로부터 120일 후인 오는 3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이 방침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국내 기업의 중국 공장들은 사업장에 장비를 들여올 때마다 미 정부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해 사업장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미 정부는 유예 기간 동안 방침을 수정해, 기업들이 매년 장비 반입 물량을 한꺼번에 신청하면 이를 심사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는 포괄 허가보다는 엄격하지만, 장비 반입 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보다는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장비 반입 계획에 대해 이미 미 정부 승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매년 연간 단위로 필요한 장비와 부품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경영상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중국 내 공장의 증설이나 성능 고도화를 위한 장비 반출은 허용하지 않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