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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빈말' 아니었네"…'상속주', 부상 꿈틀

김보선 기자

입력 2026-01-23 17:21   수정 2026-01-23 17:38

코스피 5,000p 달성하며 정책 모멘텀 강화 상속·증여세 손질 PBR 0.8배 미만 '개선' 기대 상장 유인 감소…중·소 코스닥 부작용 우려도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6 신년 기자회견 '함께 이루는 대전환, 모두 누리는 대도약'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경DB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 '코스피 5,000포인트' 달성이 현실화하면서, 다음 스텝으로 상속·증여세의 과세 형평성 개선에 따른 상장사 정책 모멘텀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주가 누르기 방지법'(상속·증여세법)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코스피가 사상 첫 5,000p를 돌파한 22일 이 대통령이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 결과다.

이소영·김영환 의원 등이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제안하자, 이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이후 이같은 사실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고, 이 대통령이 이 글을 공유하며 "상속세 아끼려고 주가를 억지로 낮춰놓다니. 최대한 신속하게 개정하겠습니다"라고 공감을 표했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승계를 앞둔 기업 오너가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추는 관행을 차단하자는 취지다. 상장사 최대주주의 상속·증여세를 매기는 기준이 주가인데 이를 자산·수익 등 다른 기준으로 바꾸자는 것으로, 이소영 의원이 지난해 5월 대표 발의한 상태다.

이 의원은 "순자산가치보다 주가가 80% 미만으로 낮게 형성되어 있는 경우(PBR 0.8)에는 상속세를 매길 때 '주가'가 아니라 '비상장회사 평가방법(자산+수익 공정가치평가)'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영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 8곳을 현행 세법을 적용해 산출한 지배주주 지분가액이 비상장 평가 방식을 적용했을 때보다 삼성물산(-25%), SK(-67%), 현대차(-29%), LG(-71%),롯데지주(-68%), 한화(-33%), HD현대(-59%), GS(-53%) 등으로 대부분 낮아졌다. 평균적으로는 48%나 저평가됐다.

기업별 주가 저평가 사례도 다양하다. 한화 김승연 회장이 지난해 세 아들에게 (주)한화 지분 중 절반 수준인 11.32%를 증여할 당시 이 회사 PBR이 0.1배에 불과해 순자산 40조와 비교해 시가총액(약 4조원)이 비정상적으로 낮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부담한 증여세는 2천억원대에 그쳤다는 것이다.

40년간 비상장사이던 명인제약이 승계를 앞두고 상장을 추진한 점도 상장 목적에 합리적 의구심을 유발했다. 1,900억원 조달을 위해 상장한다고 했던 회사의 보유현금이 2,700억이었기 때문이다.

보유 현금과 부동산 규모에 비해 시가총액이 턱없이 낮은 신도리코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 22%를 증여할 경우 보유 현금의 절반도 안 되는 시총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게 된다는 점도 기형적 사례로 꼽힌다.

이소영 의원실 관계자는 한국경제TV 통화에서 "주요 기업의 지배주주 지분가액이 비상장 평가 방식을 적용했을 때 보다 낮아진 점이 확인된다"며 "다만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한다기 보다는 상속세, 증여세를 납부하기 위해 주가를 누르는 행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점을 증시 전반에 폭넓게 적용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증시의 PBR은 오랫동안 0.8~1.2배의 박스권을 유지하면서 주요국 대비 극심한 저평가 상태로 평가받았다. 여러 왜곡된 사례를 바로 잡기 위해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PBR 0.8배 미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주가 제고에 나서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재계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사의 상장 유인이 줄어드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정회계법인 상속증여센터 이우용 대표는 "주가를 인위적으로 억누른 부분이 있다면 그 유인을 없애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도, "중소 규모의 일부 코스닥 상장사는 국내 비즈니스를 회피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상속세율이나 과세표준구간은 (현재의) 자산 인플레 수준을 반영하지 않은 오래 전 법률이어서 조정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세수 확대, 부자감세 방지라는 기조에서 상속세만 늘리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서는 완전한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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