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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Fed 의장 '케빈 워시' 지명…금 8%·은 25% 폭락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기자

입력 2026-01-31 08:36   수정 2026-01-31 08:3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연준의 독립성 훼손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일부 해소되자 달러화가 5월 이후 최대폭으로 급등했다. 안전자산으로 쏠렸던 자금들도 급격히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국제 금과 은 가격은 역사적인 폭락세를 기록했다.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케빈 워시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다"며 “케빈을 오랜 기간 알고 지냈으며, 어쩌면 그는 최고의 의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케빈 워시 의장이 “배역에 딱 맞는 인물로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으로 인해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낸 ICE 달러 인덱스(DXY)는 0.90% 상승한 97.147로 5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2% 넘게 하락하던 달러화 가치가 반등한 반면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헤지 수요를 흡수해온 귀금속 가격이 내리고, 미 채권금리도 소폭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438.8달러(8.25%) 폭락해 트로이온스당 4,879.6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1980년대 초반 이후 약 40년 만의 최대 일일 낙폭이다. 은 선물 가격은 25.5% 급락하며 트로이온스당 85.25달러로 주저앉았다. 은 가격은 이날 장중 36% 하락한 76달러선까지 밀리는 등 역사상 최악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금 가격을 따라 상승하던 다른 금속 가격도 줄줄이 하락했다. 백금은 이날 하루 16.81%, 팔라듐은 15.73% 하락했고, 구리 역시 3.81% 내렸다. 금과 은 가격 상승분의 하루 2배 수익을 노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낙폭은 더 심각했다. 프로셰어즈가 운용하는 은 2배 레버리지(AGQ)는 이날 하루 60% 폭락했고, 같은 운용사의 금 레버리지는 20% 하락하며 시장 충격을 키웠다.

귀금속 급락의 이면에는 최근 급등과정에서 쌓인 레버리지가 원인으로 꼽힌다. 밀러 타박의 맷 말리 전략가는 "최근 단기 트레이더들이 쏠렸던 은 시장에서 레버리지 청산과 마진콜이 겹치며 투매가 나왔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콜옵션 매도자들이 가격 상승에 대비해 추가 매수로 헤지해왔는데, 가격이 하락한 뒤에 이들이 일제히 매도에 나서는 감마 스퀴즈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했다.

지난해 이후 2배 넘게 오른 은 가격 등 귀금속 가격은 이미 기술적 과매수 신호를 보내왔다. 금의 상대강도지수(RSI)는 최근 90까지 치솟아 수십 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RSI가 70을 넘으면 과매수 구간으로 간주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는 35세에 역대 최연소 연준 이사를 역임했고, 올해 55세로 스탠포드대 등에서 강연과 스탠리 드러켄밀러의 듀케인 패밀리 오피스 파트너, 한국 쿠팡의 사외이사 등으로 활동해왔다.

그는 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이사로 임명받아 5년간 활동했으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와코비아의 웰스파고 매각을 중개하고 9대 대형은행에 수십억 달러 자본을 공급하는 계획을 설계했다. 과거 그의 행적에 따라 인플레이션 매파로도 알려졌으나 지난해 연준 의장 인선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워시의 지명을 두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것으로 해석했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ISI 부회장은 "워시 지명은 가치 훼손 거래를 막아 달러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다"며 "금과 은이 급락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코메리카 자산운용의 에릭 틸도 "연준 독립성 침해에 대한 우려를 진정시키는 인선"이라고 평가했다.

워시의 향후 통화정책 기조를 둘러싼 전망은 엇갈린다. 프린시펄 자산운용의 시마 샤는 "그가 추가 금리 인하 의향을 시사하지 않았다면 선택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고, 카슨 그룹의 소누 바르게즈는 "공격적 인하를 기본 노선으로 하면 추가 인하 필요성을 다른 위원들에게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시 지명에 따른 달러 강세와 원자재 급락의 여파로 이날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하락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대비 0.43% 내린 6,939.03에, 나스닥 지수는 0.94% 하락한 23,461.8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36% 밀린 48,892.47에 거래를 마쳤다.

귀금속 시장발 불확실성이 커지고 미 국토안보부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한 셧다운 위험 등이 더해지며 공포지수로 불리는 Cboe VIX 지수는 3.32% 상승한 17.44를 기록했다.

장기 국채 시장에서는 워시의 과거 발언 등에 대한 경계감으로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4bp 상승한 4.241%를 기록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스티븐 브라운은 "워시가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를 원한다는 점에서 장기 수익률에 상승 리스크가 있다"고 분석했다. 워시는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를 통해 금리 인하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의 상원 인준 여부는 불확실하다. 미 법무부가 연준 본부 리모델링 예산 초과 지출과 관련해 전례 없는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공화당 내부에서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연준 인선 승인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또한 제롬 파월 의장이 오는 5월 임기 만료 이후 연준 이사로 잔류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한편 다음 주 금요일 미국의 1월 비농업 고용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연준의 통화완화 경로를 둘러싼 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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