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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수치스럽다"…150일 한시적 관세 10% 발동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기자

입력 2026-02-21 09:04   수정 2026-02-21 09:1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지난해 4월부터 각국에 부과한 상호 관세가 미국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가운데 대법원에 막혀 무효화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IEEPA 관세 위헌 소송에서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닐 고서치·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등 6명이 위헌, 클래런스 토머스·새뮤얼 알리토·브렛 캐버노 대법관 등 3명은 반대 입장을 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IEEPA 권한 해석을 두고 "대통령에게 어떤 나라, 어떤 품목, 어떤 세율로든, 어떤 기간이든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주장은 과도"하다고 일축했다.

또한 그는 IEEPA 조문에 ‘관세’, ‘세금’ 등의 단어가 일절 존재하지 않으며, 트럼프 이전 어떤 대통령도 이 법률을 관세 부과에 사용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효력을 잃은 미국의 관세는 지난해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 당시 전 세계에 매긴 상호관세, 펜타닐 대응 명목의 캐나다·멕시코·중국 관세, 그리고 브라질·인도에 대한 별도 IEEPA 관세 등을 포함한다.

금액으로 이는 미 연방정부 세입액 가운데 트럼프 2기 관세의 약 70%에 해당하는 규모로, 당초 10년간 약 1조 5,000억 달러의 세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됐던 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 트럼프 "수치스러운 판결"…"환급 언급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D. 존 사우어 법무차관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매우 실망스럽다”며 미 연방대법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이 외국 이익에 좌우되었다”면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첫 임기에 임명한 닐 고서치·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을 겨냥해 "솔직히 말하면 두 사람의 가족에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날선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 관세 위헌에 대한 대응 수단의 하나로 전 세계에 일괄 10%의 새로운 관세를 매기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정명령은 닉슨 대통령의 긴급관세를 계기로 1974년 미 의회가 제정한 무역법 122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사흘 뒤 발효되면 실제 관세 부과에 사용한 첫 사례가 된다.

무역법 122조는 IEEPA와 달리 무역수지 적자에 대응해 대통령이 수입 부과금을 관세로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최대 15%까지 150일간 한시적으로 제한을 뒀다. 다만 추가 연장을 위해 의회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미 연방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인해 지난해부터 관세 부담을 떠안아온 기업들과 연방정부 간의 소송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코스트코·레블론·알코아 등 주요 대기업이 별도 관세 환급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으며, 수백건의 보전 소송 등 참여 기업이 1천곳을 넘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연방 대법원은 기업들의 환급 청구권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을 내리지 않고, 사건을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으로 되돌려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사실을 들어 "판결문에 환급을 언급하지도 않았다"며 "5년간 법정 싸움이 될 것"이라고 관세 환급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주요 기관 가운데 펜실베이니아대 워튼 예산모델은 관세 환급이 이뤄질 경우 그 규모가 최대 1,750억 달러, 그동안 IEEPA 관세로 걷힌 총수입의 절반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월가 주요 기관 가운데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 환급이 최대 2,000억 달러에 달할 경우 소비자에게 전가되면 상당한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에버코어ISI의 사라 비안치 전략가는 “환급 규모는 1,500억~2,500억 달러로 추산되지만, 정산에 수개월이 걸리고 법적·관료적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는 실효관세율이 12.8%에서 8.3%로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봤으나, 대체 관세의 불확실성이 올해 성장률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JP모건은 환급이 이뤄질 경우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약 6.6%로 0.5%포인트 확대될 수 있다고 추산하는 등 미 행정부에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무역법 122조, 무역법 232조, 무역법301조 등을 조합하면 올해 관세 수입액은 사실상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현재 국가안보를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등에 25%, 구리 50% 등을 적용하고 있다.



◆ 뉴욕증시, 장초 하락 딛고 반등…관세 민감주 미지근한 반응

뉴욕 증시는 장 초반 부진한 경제지표에 하락 출발했으나, 오전 10시 대법원 판결 이후 회복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지수는 전날보다 0.69% 상승한 6,909.51, 다우존스 지수는 230.81포인트 뛴 49,625.97에 마감했다. 알파벳이 이날 장중 4% 넘게 오르고 엔비디아, 애플, 아마존 등 대형 기술주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나스닥 종합지수는 203.34포인트, 0.9% 뛴 22,886.07을 기록했다.

관세 위헌 판결로 인해 가구 유통업체인 RH, 윌리엄스소노마 주가는 각각 1~2% 가량 올랐고, 의류 업체인 빅토리아시크릿이 약 5%, 룰루레몬이 2.42% 상승했다. 다만 웰스파고가 관세 민감주로 지목한 나이키는 0.32% 하락 마감했다.

채권시장에서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086%로 소폭 상승했다. 같은 날 발표된 미국의 4분기 GDP 성장률이 1.4%로 예상치(2.5%)를 크게 밑돈 영향이다. 지난해 말 연방정부 셧다운이 약 1% 포인트 가량 성장률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관세 환급으로 인한 미 재정적자 증가 위험에도 경기 약화로 인한 시장 전망이 엇갈리며 채권금리 상승을 제한했다.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는 19.09로 5.64% 내렸고, 국제 금 가격은 4월 인도분 기준 트로이온스당 5,130달러로 2.65% 올랐다.

미 연방대법원의 위헌 판결 이후 각국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U는 "판결을 면밀히 분석 중이며 미국과 긴밀히 접촉을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영국은 미국과의 "특혜 무역 지위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IEEPA 관세의 직접 대상이었던 멕시코의 셰인바움 대통령도 "판결의 영향 범위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4일(현지시간) 의회 합동연설에서 대체 관세 정책 등과 관련한 후속 조치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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