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6000선 고지에 올라섰습니다. 5000을 넘은지 불과 한 달 만이라 과열 아니냐는 목소리도 크지만 한국 반도체주를 바라보는 글로벌 시장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효성 기자, 최근 공매도 기관 시트론 리서치가 샌디스크를 저격했는데 이게 오히려 삼성전자에게는 러브레터가 됐다고요?
<기자>
지난해 나스닥에서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이 샌디스크입니다. 기업형 SSD 관련 기업인데, 글로벌 공매도 기관인 시트론 리서치가 샌디스크에 대해 내놓은 비판적인 보고서가 역설적으로 삼성전자의 가치를 높였습니다.
시트론은 샌디스크를 '해자 없는 범용 상품 판매자'라고 깎아내리면서 샌디스크를 위협하는 '800파운드 고릴라'로 삼성전자를 지목했습니다. 시트론의 경고는 샌디스크에게는 치명적이지만, 삼성에게는 역설적인 찬사로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경쟁사가 고마진을 누릴 때마다 증산과 가격 인하로 점유율을 뺏어왔습니다. 특히 이번 사이클에서는 삼성전자가 50%이상의 높은 마진을 유지하면서도 샌디스크보다 제품을 더 싸게 팔 수 있다는 점에 시트론은 주목했습니다.
워낙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죠.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면서도 점유율을 뺏어올 수 있다는 건데, 코스피 시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이익 체력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방증입니다.

<앵커>
시트리니 리서치에서 나온 '2028 글로벌 위기' 보고서도 있었죠. AI가 산업을 파괴할 것이라는 경고가 담겨 있었는데 여기서도 한국이 언급됐죠.
<기자>
보고서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며 실업률이 10.2%까지 치솟는 과정을 경고했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파괴의 시대에 한국과 대만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AI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경쟁하는 동안 그들이 싸울 수 있는 무기인 '반도체 칩'을 만드는 한국 제조사들은 막대한 이익을 독점하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AI가 똑똑해질수록 그 머리가 돌아가게 할 '기억력(메모리)'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AI 에이전트의 등장이 메모리 반도체와 관련 기업에 새로운 내러티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앵커>
AI 에이전트와 관련된 내용은 뭡니까?
<기자>
챗GPT 같은 챗봇형 AI가 '말 잘하는 비서'였다면, 클로드 코워크나 오픈클로 같은 AI 에이전트는 '직접 일하는 대리인'으로 보시면 됩니다. 챗봇 AI에 '여행 계획 짜줘'라고 하면 일정표만 만들어줬지만, 에이전트는 직접 항공권을 결제하고 호텔 예약까지 마친 뒤 내 메일로 확약서를 보내주는 수준까지 진화했습니다.
AI 에이전트는 한 번 작업을 수행할 때 기존 챗봇보다 데이터를 100배이상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전엔 짧은 문장만 기억하면 대화가 됐는데, 이제는 수백 페이지 분량의 업무 매뉴얼과 과거 작업을 다 기억하면서 일해야 하는 거죠. 이제는 AI의 머리(GPU)가 나빠서가 아니라 기억력(메모리)이 모자라는 '메모리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IT 소매판매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높은 메모리를 탑재한 맥 미니나 맥 스튜디오 같은 개인용 기기들이 없어서 못 파는 지경입니다. 일반 모델은 바로 살 수 있는데, AI 에이전트를 잘 돌리기 위해 메모리를 늘린 모델은 배송까지 최대 2개월을 기다려야 합니다. 기업형 서버용 반도체가 잘 팔리냐를 넘어, 이제는 소비자가 쓰는 PC와 노트북이 거대한 메모리 소비처가 된 거죠. 반도체 수요가 한 단계 도약한다는 스토리입니다.

<앵커>
결과적으로 코스피 6000선을 이끈 반도체가 결코 거품만은 아니라는 얘기인데 밸류에이션 지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기자>
올해 코스피는 37.8% 올랐는데, 이익을 나타내는 주당순이익(EPS)은 40.9% 상승했습니다. 지수는 올랐지만 돈은 더 많이 벌어서 주가수익비율(PER)은 오히려 2.1%p 낮아진 상태입니다.
현재 12개월 선행 PER은 10.06배 수준인데요. 과거 강세장의 12배를 적용하면 6000선도 여전히 매력적인 구간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앵커>
AI의 진화에 따른 반도체 내러티브의 확산, 그리고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탄탄하다는 얘기네요. 그래도 주목해봐야할 지점이 있다면요?
<기자>
반도체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 넘어야 할 가장 큰 벽은 미국발 정책 리스크 '트럼프 리스크'입니다. 조금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있었는데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국은 황금기다. 내 방식대로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가장 큰 위협은 관세 정책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대법원의 위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등 대체 수단을 동원해 관세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관세로 미국인의 소득세를 대체하겠다는 구상인데 이는 우리 수출 기업에 직접적인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이란 핵 시설 공격 등을 거론하며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한 점도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감을 키워 증시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입니다. 결국 AI 엔진의 힘과 트럼프발 보호무역 역풍이 정면으로 맞붙는 상황이라, 이 파고를 어떻게 넘느냐가 안정적인 6000선 유지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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