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헨티나에서 자신을 특정 동물과 동일시하는 이른바 '테리안(Therian)' 현상이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며 사회적 논쟁을 낳고 있다.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 공원에서는 10대 수십 명이 늑대·개·고양이·여우 등의 가면과 인조 꼬리를 착용한 채 네 발로 걷거나 달리는 장면이 목격됐다.
테리안은 '테리안스로피(Therianthropy)'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인간이 정신적·심리적으로 특정 동물과 깊이 연결돼 있다고 느끼는 상태를 뜻한다.
이들은 자신이 동일시하는 동물을 '테리오타입(Theriotype)'이라 부르며, 단순한 분장이나 역할 놀이가 아니라 심리적·영적 차원의 정체성이라고 설명한다.
이 같은 문화는 틱톡 등 플랫폼에서 관련 영상이 빠르게 확산되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네 발로 달리거나 점프하는 장면을 촬영해 공유하는 콘텐츠가 알고리즘을 타고 확산하면서 관심이 증폭됐다.
아르헨티나는 중남미 국가 가운데 관련 콘텐츠 참여도가 높은 편으로 알려졌다.
테리안들은 자신이 실제로 동물이라고 믿는 망상과는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전문가들 역시 이를 곧바로 정신질환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신질환 진단 기준을 제시하는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DSM-5)'에도 테리안과 관련한 별도 진단 항목은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이러한 정체성이 학업 저하나 대인관계 단절, 극단적 고립 등 기능적 문제로 이어질 경우에는 개별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계에서는 이를 청소년기의 정체성 탐색 과정 중 하나로 해석한다. 과거 펑크 하위문화가 독특한 외형과 상징을 통해 소속감을 형성했던 사례와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청소년을 빠르게 연결하면서 하위문화의 형성과 확산 속도가 과거보다 훨씬 빨라졌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현지 사회의 반응은 엇갈린다. 새로운 정체성 표현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공공장소에서의 집단 행동에 불편함을 드러내거나 조롱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낙인이나 단순한 비난보다는 청소년의 실제 생활 기능과 적응 여부를 중심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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