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국내 압송된 '필리핀 마약왕' 박왕열(48)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 드러난 얼굴을 꼿꼿이 세우고 있었다.
그는 2016년 필리핀 바콜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뒤 탈옥해 '호화 수감' 생활을 했지만 끝내 국내로 송환됐다.
남색 야구 모자에 수염을 기른 박왕열은 오전 7시 16분께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을 빠져나왔다. 팔에는 문신이 드러났고 담담한 무표정이었다.
그는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 피해자나 유족에게 할 말 없냐', '필리핀 교도소에서 호화 생활을 했느냐', '국내로 송환된 심경이 어떤가' 등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다 돌연 안면이 있는 듯한 취재진에 손가락질을 하면서 "너는 남자도 아녀"라고 한마디 던지기도 했다.
호송차에 실려 인천공항을 떠난 박왕열은 경기북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로 갔다. 박왕열의 범죄 혐의를 수사하던 경찰관서 3곳 중 하나인 경기북부청이 관련 사건을 병합해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국내에서 다단계 금융 사기를 벌이다 필리핀으로 도주한 그는 현지에서 교민 3명 살해, 탈옥, 국내 마약 유통 등을 일삼아 '마약왕'으로 불렸다.
박왕열은 필리핀에서 카지노 사업을 하던 2016년 국내에서 유사수신 범행을 벌이다 도주해온 한국인 3명에 은신처를 제공했다.
같은 해 그는 10월 11일 필리핀 바콜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이들 3명을 총기로 살해했다. 피해자들로부터 받았던 카지노 투자금 7억2천만원도 빼돌렸다.
그는 현지에서 두차례 탈옥을 벌였지만 결국 살인죄 등으로 징역 60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호화 교도소 생활'을 하며 텔레그램 등을 통해 국내에 마약을 대규모 유통하다 적발됐다. 텔레그램 활동명은 '전세계'였다.
박왕열이 한때 수감됐던 뉴 빌리비드 교도소는 돈만 있으면 약과 식료품, 옷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풍족한 생활까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달 초 필리핀과의 정상회담에서 인도 요청을 한 지 약 3주 만에 박왕열의 호화 교도소 생활은 막을 내리게 됐다. 정부가 송환 노력을 기울인 지 9년여만이다.
유승렬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여러 수사를 통해 다수의 공범을 확인했고 수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체포 당시 압수했던 휴대전화 등 증거물을 철저히 분석하고 공범자를 조사해 마약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고, 신속하게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며 "검찰에 송치한 이후에도 여죄 여부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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