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이런 개미는 없었다"…30조 vs 30조

김보선 기자

입력 2026-03-29 08:29   수정 2026-03-29 08:37

한 투자자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주식 시황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불안에 휩싸인 증시에서 흔들림 없는 '매수'에 나서면서, 전쟁이 벌어진 한 달간 역대급 '수급 매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거래소의 수급 주체별 동향을 분석한 결과, 대체공휴일로 휴장한 2일 이후 3월 첫 거래일인 3일부터 27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0조2,63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정반대 포지션을 보인 개인이 순매수한 금액은 30조6,880억원으로 외국인이 팔아치운 금액과 거의 비슷하다.

놀라운 점은 외국인과 개인의 수급 매치가 팽팽할 뿐 아니라, 이들이 각각 팔거나 사들인 금액이 월간 기준(2거래일 남음)으로 이미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점이다.

한치 양보 없는 수급 싸움이 벌어지면서 코스피가 이달 주요국의 주가 지수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락세(-12.90%·27일 종가)를 보였지만, 개인 덕에 추가 하락은 막은 상황이다.

개인이 이처럼 외로운 버티기를 지속하는 것은 외국인이 여전히 한국 주식을 '위험 자산'으로 인식하는 가운데 전쟁의 불확실성이 날로 가중되자, 변동성을 회피하기 위해 국내주식에서 매도로 일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한국이 대표적인 중동 지역 원유 수입국인 만큼 최근의 국제 유가 및 원·달러 환율 급등이 외국인의 수급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원/달러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결과가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 감소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48.90%로 50%를 밑돌았다. 2013년 10월 1일(48.87%) 이후 약 1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그간 여러가지 '악재'의 경험을 학습한 개인 투자자들은 이를 '저가매수'의 기회로 보고 '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개인은 이달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은 16조7,287억원, 개인의 순매수 금액은 15조1,933억원으로 역시 비슷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터보퀀트 사태로 내러티브에 흠집이 난 상태지만 현재 지분율 수준에서 보면 외국인 수급이 꽤 비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사태가 지금보다 악화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외국인들의 기계적인 비중 조절, 차익실현의 유인은 갈수록 줄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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