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 터진 임신부 '응급실 뺑뺑이'…아이 잃었다

입력 2026-04-07 11:34   수정 2026-04-07 11:35



대구에서 조산 증세를 보인 쌍둥이 임신부가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약 4시간을 허비하다 한 명의 아이가 숨지고 다른 한 명도 중태에 빠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7일 대구시와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대구 한 호텔에 머물던 임신 28주 차 미국 국적 산모가 복통과 함께 조산 징후를 보였다. 남편은 인근 산부인과에 연락했지만 진료 이력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대학병원 방문을 권유받았고, 증상이 악화되자 다음 날 새벽 119에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는 산모를 구급차에 태웠지만 대구 지역 대형 병원 7곳이 산부인과 전문의 부재나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남편이 직접 차량을 운전해 수도권 병원으로 이동하기로 결정, 이동 중 119와 연락하며 이송 가능한 병원을 찾는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송 과정에서도 혼선은 계속됐다. 경북 구미 선산IC에서 119구급대를 만났지만 환자 정보 전달과 이송 방향을 둘러싼 문제로 시간이 지체됐고, 이후 충북 음성 감곡IC에서 다시 구급차를 만나면서야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이 이뤄졌다.

당시 산모는 양수가 터지고 혈압 저하가 나타난 상태였다.

신고 후 약 4시간 만에 병원에 도착한 산모는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으나 쌍둥이 중 한 명은 저산소증으로 출생 직후 숨졌고, 다른 한 명은 뇌 손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례를 두고 응급환자 수용 거부와 지역 간 의료 격차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의료계에서는 고위험 산모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이 병원들의 소극적 대응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초기 이송 단계에서의 대응 체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에서는 2023년 10대 응급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다 숨진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건 이후 '책임형 응급의료 체계' 도입됐지만 이번에도 혼선이 반복되면서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편 유족 측은 국가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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