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에서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벨로이드 김창우 대표는 이 질문을 '제품'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설계하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최근 대구와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는, 행사·브랜드·콘텐츠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지역 IP'를 만드는 구조를 실험하고 있다.
"많은 경우 지역은 소비되는 콘텐츠로만 남습니다. 행사도 하고, 브랜드도 만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문제는 지속될 수 있는 구조가 없기 때문입니다."
벚꽃 축제처럼 날씨 하나에 흔들리는 단발성 이벤트와 달리, 성심당이 대전 전체의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삼성 라이온즈가 대구 시민의 일상에 자리 잡은 것처럼, 도시에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브랜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창우 대표는 현재 대구와 부산을 거점으로,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도시 단위에서 작동하는 IP 구조 설계를 시도하고 있다.
그 출발점은 2023년 대구에서 열린 '음주가무(飮酒歌舞)'다. 대구불로탁주의 신제품 '썸막걸리', 대구 티셔츠로 유명한 '이플릭', F&B 브랜드 '초장'과 함께 기획한 이 행사는 향토 기업과 젊은 로컬 브랜드가 어떻게 협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레퍼런스를 남기는 것이 목표였다.
"행사 자체보다 그 이후가 중요합니다. 거기서 만들어진 사람과 브랜드가 다음 단계로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부산은 또 하나의 출발점이다.
대구에서 '음주가무'를 통해 향토 기업과 로컬 브랜드가 연결되는 구조를 실험하고, 실제 협업의 레퍼런스를 남겼다면, 부산에서는 그 흐름을 다른 도시로 확장하는 단계다. 오는 5월 2일 해운대 더베이 101에서 열리는 '음주가무 : 부산'은 대선주조를 중심으로, 지역 브랜드와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고 이어지는 구조를 다시 한 번 실행하는 자리다.
"부산은 젊은 층 이탈이 큰 도시입니다.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모이고 움직일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대구는 그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
'음주가무'가 만든 관계와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5월 16일 '레이어드 시티 : 대구 2026'을 통해 이를 인사이트로 정리하고 확장하는 시도를 한다. 대구 엑스코 오디토리움에서 개최되는 이 컨퍼런스는 단순한 강연을 넘어, 도시와 브랜드,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자리다. 브랜드·디자인·AI·로컬 전략를 아우르는 세션으로 구성되며, 최대 1,400명이 참여할 수 있는 규모로 기획됐다.
"우리의 개입이 없어도 도시 안의 플레이어들이 자발적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고, 더 나아가 문화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레이어드 시티는 그 가능성을 구조로 만들어보는 실험입니다."
그는 이 구조를 특정 도시에 가두지 않을 생각이다. 음주가무에서 시작해 레이어드 시티로 이어지는 포맷을 다양한 도시에서 반복하고, 각 지역의 향토 기업과 젊은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러한 접근은 실제 프로젝트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벨로이드는 금복주와 함께 하이엔드 막걸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지역 IP 확장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대구불로탁주의 썸막걸리 리브랜딩이 잘 됐는데, 그 제품이 사라진 게 아쉬웠습니다. 그 경험에서 출발해 금복주와 다시 한 번 좋은 막걸리 브랜드를 만들고, 브랜드를 넘어 지역성을 갖추는 문화 프로젝트까지 이어지는 브랜드 경험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근 지방 소주업계가 수도권 중심의 소비 구조 재편과 젊은 층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향토 기업의 생존 방식에 대해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스타트업은 유통이 없기 때문에 프리미엄 전략을 씁니다. 그런데 향토 기업은 이미 유통망이 있습니다. 필요한 건 젊은 층이 소비할 만한 엣지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그 브랜드가 지역성을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만드는 구조입니다."
결국 핵심은 가격이 아니라 구조다.
"하이엔드는 비싸게 파는 방식이 아니라, 어떻게 확장되는지를 설계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디자이너가 아닌 'IP 디벨로퍼'라고 정의한다.
"벨로이드는 무언가를 만들어주는 회사가 아니라, 그것이 계속 확장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을 합니다."
인터뷰 말미, 그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제는 서울이 아니어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하나입니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 어떤 브랜드와 IP를 남길 것인가."
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parkjs@wowtv.co.kr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