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반도체 잔치…진짜 위기 '아직 한발 남았다'

전효성 기자

입력 2026-04-22 10:07  

반도체 업종 1분기 이익 전망치 2배 상향 이익 대부분은 반도체로, 과도한 낙관 경계 글로벌 위기는 진행형, 곧 국내 물가로 전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증시를 강타했지만 국내 증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순항 중이다. 다만, 중동 분쟁으로 인한 고유가 현상과 공급망 차질이 이어지고 있어 1분기 수익성 지표는 업종별로 뚜렷한 차별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성장률이 전쟁 여파로 하향 조정되고 있는 점도 경계해야할 변수로 꼽힌다.

● 돈 잘버는 코스피…반도체·증권 실적 전망 상향

국내 주식시장은 전쟁이라는 거대 악재 속에서도 강력한 실적 모멘텀을 바탕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반도체 업종의 1분기 EPS(주당순이익) 전망치를 직전보다 102.5%p 상향했다. 2분기 EPS는 305%p 높여잡았다. HBM4와 HBM3E가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며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규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루빈 플랫폼용 HBM4 시장이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국내 기업들의 이익 체력이 한 단계 격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3일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의 EPS는 4만 2317원으로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 업종도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의 효과로 1분기 EPS 추정치가 직전 추정치보다 66.2%p 높아졌다. 증권사 순수수료 이익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순이자 같은 전통적 수익원 외에도 트레이딩 같은 기타이익도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 업종은 3월 출시된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등 신작 효과로 2분기 실적 전망이 128.5%p 상향되는 등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NH투자증권은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전기장비 업종도 AI 인프라 투자 지속에 따라 4분기 실적 상향치가 24.99%p에 달하는 등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반도체 빼면 맹탕…"경계해야" 목소리도

실적 전망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에는 온도 차가 있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는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컨센서스는 시장에서 예상하는 기업 실적의 평균치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기업들이 향후 12개월 동안 약 631조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6년 연간으로 봐도 592조원, 2027년에는 711조원까지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국내 상장사가 매년 20% 이상씩 성장을 거듭해야 가능한 수치다.

메리츠증권 전략팀은 이러한 전망에 대해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도 시각 차이가 극명해 2026년 추정치 상단(743조원)과 하단(339조원)의 격차가 무려 400조원 가량 벌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조차 "역대급 실적이 나올 것"이라는 쪽과 "생각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괴리율(예상치와 실제 결과의 차이)도 따져봐야 한다. 지난 10년간 증권사들의 예상치는 실제 성적보다 평균 4.1%정도 높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 비율을 적용해 다시 계산한 2026년 순이익의 보수적 추정치는 537조원 수준이다.

특히 지금의 이익 성장이 반도체 업종에만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군에서는 이만큼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고유가 충격…항공업계부터 나타나

위기의 그림자는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비행기 기름값인 제트유 가격이 갤런당 2.11달러에서 3.06달러로 상승하면서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커지면서다.

특히 대형 항공사에 비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저비용항공사(LCC)의 상황이 심각하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미국 LCC인 스피릿항공은 현재 파산 후 청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제트블루항공의 경우 2025년 기준 순차입금/EBITDAR 수치가 18.95배에 달한다.

EBITDAR는 항공사의 수익성 평가 지표다. 영업이익에 비행기 임차료와 세금을 더해서 계산한다. 항공사는 비행기를 빌려서 쓰는 경우가 많다. 임차료를 내기 전 이익을 봐야 회사가 비행기를 띄워서 실제로 돈을 벌 능력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제트블루의 해당 수치가 18.95배라는 것은 비행기를 띄워 벌어들이는 돈보다 갚아야 할 빚이 압도적으로 많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위기 속에서 유나이티드항공 CEO가 아메리칸항공과의 합병을 제안하는 등 시장 재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고유가와 고금리가 지속되는 환경에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업종부터 차례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다.

● 지정학 위험 '2차 전이'…고물가 비상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리적 불안을 넘어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2차 전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휴전 소식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은 평소의 10%미만에 머물고 있다"며 "위기는 한 번의 충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물류 공급망의 제약을 일상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2차 전이'란 처음에는 기름값(에너지)만 오르던 것이 시간이 지나며 먹거리(식품)·물건을 나르는 비용(운송비)·근로자 월급(임금)까지 줄줄이 끌어올리는 현상을 말한다. 전쟁 소식에 깜짝 놀라는 수준이었다면, 이제 여파가 장바구니 물가와 기업들의 비용에 본격적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IMF는 올해 세계 성장률을 3.1%로 잡았지만, 중동 갈등이 길어지면 2.5%까지 곤두박질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고용이 탄탄해 보이지만 에너지 물가가 한 달 만에 10.9% 급등하면서 전체 소비자물가를 3.3% 끌어올렸다. 물가가 잡히지 않으니 금리를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수출이 AI 수요로 48.3% 늘어나며 선전했지만 문제는 기름값과 환율"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올해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1452원, 연말에도 1440원을 유지할 전망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하는 물건값이 비싸지기 때문에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충격을 막기 위해 26조 2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대응에 나섰다. 돈을 풀어 위축된 소비를 살려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연말 기준금리가 미국 3.75%, 한국 2.50%으로 예견되는 등 고금리 기조가 여전해 이자 부담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기름값(WTI)도 연평균 배럴당 78달러 수준의 높은 가격을 형성하며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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