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30년 '제조사 관성' 깬다…1조 SDV 승부수

이지효 기자

입력 2026-04-22 14:29   수정 2026-04-22 15:11

    <앵커>

    '피지컬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현대자동차그룹이 30년 '하드웨어 제조사' 마침표를 찍습니다.

    소프트웨어중심차량, SDV 차량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서인데요.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설계와 소프트웨어가 실시간으로 동기화되는 자체 플랫폼 구축에 착수했습니다.

    취재 기자와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이번에 현대차그룹이 구축하는 플랫폼이 정확히 어떤 겁니까?

    <기자>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현대자동차그룹이 SDV, 즉 소프트웨어중심차량 개발 속도를 높이는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대차는 물론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현대위아, 현대케피코, 현대오토에버 등이 참여합니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대차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의 통합"이라며 "관련 비용도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대차는 1994년 독자 개발 모델을 내놓은 이후 30여 년 간 하드웨어 중심의 설계 체제를 유지해 왔습니다.

    쉽게 말해서 철판을 깎고 엔진을 얹는 게 최우선이었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하드웨어, 차체를 만들면 소프트웨어가 정해진 틀 안에 기능을 끼워 넣는 구조였는데요.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능을 넣고 싶어도 하드웨어가 굳어져 있으면 아예 불가능하거나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죠.

    다만 스마트폰처럼 수시로 기능을 업데이트 해야 하는 SDV는 이 구조로 유지되기 힘듭니다.

    그래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이 자동으로 이어지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지난 30년 간의 제조 관성을 버리고 테슬라 식의 디지털 공정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그럼 정확히 어떤 걸, 어떻게 바꾸겠다는 겁니까?

    <기자>

    현대차는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공통으로 써온 외산 설계 프로그램을 전면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CAD(설계), PLM(제품수명주기관리) 등인데요.

    CAD는 도면을 그리는 도구와 방식이고요. PLM은 모든 설계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두는 중앙 데이터 관제탑 격입니다.

    현재 현대차는 다쏘시스템의 관련 솔루션인 카티아(CATIA)를 씁니다.

    완벽한 설계에 최적화된 구조고요. 다만 SDV는 완벽한 설계보다 빠른 수정을 요구하는 만큼 구조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재 더 적합한 외산 툴로의 교체를 추진 중인 상황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외부 툴입니다. 현대차는 이 위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자체 플랫폼을 직접 구축한다는 구상입니다.

    이렇게 되면 SDV 개발이 획기적으로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앞서 현대차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용 하드웨어 플랫폼 '하이페리온'을 가져오되 현대차의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는 구조와 비슷합니다.

    목표 타임라인은 올해 관련 솔루션을 선정하고 2029년 말에는 자체 플랫폼까지 완성하는 겁니다.



    <앵커>

    2028년 기아의 첫 SDV 차량을 선보인다는 구상을 내놓지 않았습니까. 이게 더 빨리질 수 있는 겁니까?

    <기자>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다만 지연 리스크가 사라졌다는 게 핵심입니다.

    그간 현대차는 테슬라 등 경쟁사에 비해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SDV 전환 역시 실제 구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던 게 사실인데요. 선언만 있었지 실제로 구체화된 내용이 알려진 바도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플랫폼 안에서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가 나오기도 전에 다양한 소프트웨어 검증을 끝낼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전체의 SDV 라인업 확장에도 가속도가 붙는 '티핑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새 플랫폼 없이 지금도 SDV 차량을 만들 수 있기는 합니다.

    다만 앞서 말씀 드렸듯이 설계와 해석, 소프트웨어 개발이 각각 다른 시스템에서 이뤄지고요.

    계열사 역시 서로 다른 툴을 사용하는 구조여서 개발 과정이 복잡하고 속도가 느립니다.

    어느 정도냐면요. 차를 함께 만드는 현대차와 계열사가 다른 툴을 쓰다 보니 호환 프로그램을 사용 중인데요.

    관계자에 따르면 호환률이 20%에 불과합니다. 호환 과정의 정확도가 20% 수준에 그치는 문제가 있는 겁니다.

    <앵커>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은 없겠습니까?

    <기자>

    무엇보다 완성차를 중심으로 한 계열사 생태계가 문제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계열사는 확인된 것만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현대위아, 현대케피코, 현대오토에버 등입니다.

    SDV 개발 속도를 끌어 올리려면 공급망 계열사까지 동일한 환경으로 묶는 것이 필수적인데요.

    이 과정에서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각 계열사가 사용 중인 설계 툴과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하기 때문입니다.

    시스템 구축 비용은 물론 새로운 환경에 맞게 기존 데이터를 정리하는 작업까지 고려하면 인력과 시간이 투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일부 계열사는 이미 기존 시스템에 투자를 진행 중인 상황으로 파악됐는데요.

    현대차의 가이드에 따라 시스템을 갈아엎을 경우 유사 투자로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카티아 구조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자동차 산업 전반에도 파장이 상당할 전망입니다.

    카티아는 프랑스 다쏘시스템의 설계 툴인데요. 지금까지 업계의 표준으로 군림해 왔습니다.

    이번 결정은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기능을 포함한 차세대 환경으로 생태계를 옮기겠다는 일종의 '독립 선언'인데요.

    남이 만든 도구에 우리 차 설계를 맞추는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카티아 없이 생존 가능하다'는 신호가 될 수 있어 공급망 판도를 뒤흔들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예상입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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