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여파로 환율 폭등과 물가 상승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며 이란 경제가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미·이란 전쟁이 물리적 충돌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vs '역봉쇄'의 외교적 신경전으로 '2라운드'에 접어들면서,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경제적 압박이 극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장기적 해상 봉쇄 준비를 보좌진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워싱턴의 대이란 압박 작전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환율 추락…1달러당 180만리알 '사상 최저치'
이란 외환전문 웹사이트 본배스트에 따르면, 리알화 가치가 하락해 29일(현지시간) 달러당 '180만 리알'이라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추이는 최근 며칠 사이 가속화된 것이다. 지난 2월 28일 전쟁 시작 이후에도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던 리알화는 이틀 전부터 하락 조짐을 보이더니 순식간에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이란이 글로벌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자, 미국은 이란 관련 선박의 해협 및 인근 해역 출입을 차단하는 대이란 해상 봉쇄에 나선 상태다. 교역이 중단되고 수입 물량이 거의 없어지자 환율이 직격탄을 맞은 걸로 풀이된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의 해상 봉쇄가 이란 경제를 압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며 서민층의 생활고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란 정부는 20일 기준 올해(이란력으로 3월 21일부터 시작) 최저임금은 전년보다 45% 인상해 일일 554만1,850 리알로 고시했다. 한 달(30일)로 치면 월 최저임금은 약 1억6,626만 리알이 되는데 비공식 시장환율을 기준으로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98달러(원화 약 14만5,000원) 정도다.
이란중앙은행이 발표한 3월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도 71%로, 임금 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이란의 연 물가상승률이 100%가 넘는다는 추정치가 있을 만큼 이란의 민생고는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22일 테헤란의 도매시장인 바흐만시장에서 계란 30구 한판의 가격은 500만 리알(약 3달러), 닭고기는 ㎏당 320만 리알(약 2달러)로, 국내산 쌀은 ㎏당 290만∼460만 리알(1.7∼2.7달러)로 고시됐다.
소매 가격은 이보다 배 가까이 높아 계란 한 판을 사려면 한화로 약 9,000원, 쌀 1㎏엔 약 7,000원을 줘야 하는 셈이어서 한국의 물가와 맞먹을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
최저임금을 받는 이란 서민층이라면 계란 15판 또는 쌀 20㎏ 정도를 사면 한 달 월급이 바닥나게 된다.
이번 분쟁 이전에도 이란은 제재로 인한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었다. 수십 년간 이어진 국제 사회의 제재와 고질적인 인플레이션,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 간의 극심한 격차로 고통받은 것이다.
미 CNBC에 따르면 이란 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64%에서 올해 2월에는 105%로 가속화됐고, 올해 3월까지 1년 동안 빵과 곡물 가격은 140%, 식용유와 지방류 가격은 219%나 뛰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경제는 2026년 6.1% 위축되고 물가 상승률은 68.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 '장기화' 신호…중동전쟁發 인플레 확산 우려
2차 종전 협상 불발 후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감지돼 글로벌 경제에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협상 교착 장기화 우려에 당장 국제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았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은 이날 6.1% 급등한 배럴당 118.03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이날 장중 배럴당 119.76달러로 고점을 높이며 2022년 6월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6.88달러로, 전장보다 6.95%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포기를 받아내기 위해 이란에 대한 장기적인 해상 봉쇄를 준비하라고 보좌진에게 지시했다는 점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업계와 석유 트레이딩 업계 임원들과의 회의에서 해상 봉쇄를 장기화하면서도 미국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고유가 장기화 우려를 키웠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날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는데, 이란전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점이 이번 결정에 결정적이었단 분석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이며, 이는 부분적으로 최근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을 반영한 것"이라며 "중동 지역의 정세 변화는 경제 전망에 대한 높은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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