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 천원에 삽니다" 은밀한 거래...어디에 쓰길래

입력 2026-05-02 16:13   수정 2026-05-02 17:33



지난달 16일 1천400명 규모 '경조사 정보 공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2025년도 청첩장이나 부고장 있으신 분 계신가요? 1건당 1,000원에 삽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오픈채팅방에서 신랑 신부의 웨딩사진도 들어있는 청첩장 한 장은 1천원에, 상주 휴대전화와 가족관계, 계좌번호가 적힌 부고장은 50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냈다는 '거짓' 경조사비 증빙자료로 쓰기 위해서다.

지난 1일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경조사 공유'를 검색하면 관련 오픈채팅방 18개가 떴다. 경조사 정보를 공유하려는 목적으로 생겨난 오픈채팅방들이다.

사업자등록을 한 사람들이 비용 처리 목적으로 경조사비 증빙을 확보하려고 모바일 청첩장·부고장 캡처본을 공유하거나 사고파는 것이다.

각 방에는 적게는 700명에서 많게는 1천400명가량이 있었다. 일부는 무료로 부고장이나 청첩장을 공유하지만, 1:1 채팅 링크를 남겨 개인적으로 사고 파는 경우도 있었다.

한 달 동안 단 한 건의 경조사 정보도 공유하지 않은 사람은 '추방 조치'된다는 공지가 올라온 오픈채팅 방도 있었다.

거래처 등 업무 관련자에게 낸 축의금·부의금은 세법상 '업무추진비'로 분류돼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비용 처리가 가능하다.

이를 악용해 세금을 아끼기 위해 청첩장과 부고장이 온라인에서 무더기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2025 경조사 청첩장 부고장 최저가 판매'라는 제목의 오픈채팅방 운영자에게 가격을 묻자, "수량에 따라 다르지만 800원에서 600원까지도 드리고 있다. 다른 분들은 1천원 정도 파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경조사 비용이 업무추진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업 관련성'과 '증빙'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일반 중소기업 기준 업무추진비 기본 한도는 3천600만 원이다. 여기에 매출액에 따라 추가 한도가 더해진다.

조문교 세무사는 "세무상 비용처리의 요건은 '사업 관련성이 있는가'와 '증빙이 있는가'인데, 개인적 목적이 아닌 사업을 위해 거래처나 고객에게 지출한 경조사비여야 한다"며 "관련 증빙은 청첩장이나 부고장이면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조사비 1회 지출액이 20만 원 이하면 신용카드 영수증이나 세금계산서 같은 '적격증빙' 없이도 비용처리가 가능하다.

경조사비에 대해 영수증을 받기는 어렵다. 조 세무사는 "실무상 청첩장, 부고장만으로 비용처리를 하고 있고 과세 관청에서도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경조사가 본인 사업과 관련된 거래처나 고객의 일인지 소명하지 못하면 비용처리 근거가 될 수 없다.

조 세무사는 "비용처리의 대전제는 사업 관련성이며, 본인 사업과 관련 없는 경조사비를 지출했다고 비용처리하는 것은 부당하게 세금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조사비 지출이 과다하게 많다면 세무조사 과정에서 소명 요청을 받을 수도 있다"며 "사업 관련성을 소명하지 못하면 비용이 부인돼 세금이 추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세청 법인세과 관계자도 "기업업무추진비는 접대비로 분류되는데, 사업 목적으로 법인이 업무와 관련된 사람과 원활하게 업무를 진행하기 위한 지출이라는 정의가 법에 명확히 나와 있다"며 "실제로 그런 (업무)관련성이 없는데도 적발되면 당연히 인정해주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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