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전자상거래 1위 업체인 아마존이 4일(현지시간) 자사 물류망을 외부 기업에 통째로 개방하는 '아마존 서플라이체인 서비스(Amazon Supply Chain Services·ASCS)'를 출시했다.
미국 운송 시장을 대표하던 페덱스(FedEx)·UPS의 사업 모델에 정식 도전장을 낸 셈이다. 북미 화물 물류 시장에 AWS 수준의 파장이 올 수 있다는 모건스탠리 등의 전망에 이날 페덱스와 UPS는 각각 10% 안팎 내렸고, 풀필먼트 기업 GXO 로지스틱스는 17%, 소포 운송에 최적화했던 올드도미니언프레이트라인은 6% 넘게 하락했다.
뉴욕증시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확전 우려로 하락세를 보였다. 미 달러화 등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진 가운데, 지난달 반도체 랠리 이후의 차익실현 움직임과 운송·물류주 동반 급락에 다우지수가 크게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557.37포인트(1.13%) 하락한 4만8941.9를 기록했고, S&P500과 나스닥도 각각 0.41%, 0.19% 내렸다. 미국과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인해 이날 변동성 지수(VIX)는 7.65% 급등한 18.29를 기록했다.
◆ AWS 클라우드처럼…물류 대행 서비스 본격화
아마존은 이날 공식 자료를 내고 "그동안 자사 마켓플레이스 판매자들에게만 제공하던 일체의 화물·유통 및 풀필먼트·소포 배송 역량을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업종과 기업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이 보유한 트레일러만 해도 8만 대 이상, 장거리 물류 운송을 위해 규격화한 인터모달 컨테이너는 2만4000여개에 달한다. 여기에 100대 이상의 자체 화물기까지 해상·항공·육상·철도 운송 네트워크를 모두 감당하는 구조다.
미국 전역을 소포 기준 2일에서 5일 이내 커버하는 풀필먼트 센터만 200곳이 넘고, 이번 서비스 개방에 따라 헬스케어·자동차·제조·소매 등 산업 전반을 수용하게 된다.
피터 라슨(Peter Larsen) ASCS 부사장은 이에 대해 “아마존이 수십 년에 걸쳐 검증해온 공급망 인프라·지능·규모를 모든 기업에 개방하는 것"이라며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했던 일을 똑같이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AWS는 아마존닷컴 운영을 위해 구축하던 자체 IT 인프라에서 2006년부터 외부에 서버를 개방한 뒤, 현재 AI 데이터센터까지 확장하며 아마존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창출하는 캐시카우다.
아마존은 이번 발표에 앞서 프록터앤갬블(P&G)의 원자재 운송, 3M의 완제품 운송, 의류업체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의 라스트마일 배송까지 초기 고객으로 확보했다.
수십만 명에 달하는 아마존의 제3자 판매자들도 월마트, 쇼피파이, 틱톡 등 경쟁 플랫폼 주문을 아마존 풀필먼트에 맡기는 등 사실상 경쟁자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 수렁에 빠진 기존 업체들…USPS 제친 미국 1위 아마존
아마존의 미국 내 물류 산업 내 입지는 상상 이상이다. 아마존은 이미 지난해 기준 미국의 우체국인 USPS를 추월해 미국 최대 소포 운송사가 됐다.
SJ컨설팅그룹이 발간한 미국 소포 운송 시장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아마존 로지스틱스는 67억 개 소포를 처리해, USPS(66억 개)·UPS(44억 개)·페덱스(36억 개)를 모두 앞섰다.
물류 관련 매출만으로 보면 UPS가 583억 달러, 페덱스 571억 달러 등으로 아마존 로지스틱스가 지난해 기록한 385억 달러를 앞선다. 하지만 기존 대형 물류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저가 B2C 소포에서 철수하면서 아마존에 시장 점유율을 내주는 결과를 낳게 됐다.
이커머스 경쟁사인 월마트는 물론 도어대시·우버 등 라스트마일 신규 진입자들까지 가세하면서, 기존 물류 사업자들은 높은 인건비와 유통비로 경쟁에서 밀릴 위험에 놓여 있다.
페덱스와 UPS 등은 아마존 의존도를 줄이고 헬스케어·국제특송·B2B 화물 등 고마진 영역으로 사업을 재편해 왔지만, ASCS 출시로 인해 경쟁의 장벽이 완전히 무효화 될 위기에 놓였다.
모건스탠리의 라비 샹커 애널리스트는 이번 아마존 발표를 두고 "북미 화물 운송 업계가 중대한 분기점을 맞게 됐다"면서 "항공화물·소포 운송사뿐 아니라 트럭·철도·해운·창고 운영사들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아마존은 이러한 서비스 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풀필먼트 기지 내 로봇과 자동화에 상당한 투자를 지속해왔다. 동시에 인력 의존도를 줄이고 운송 시간을 단축해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방식이다.
앤디 제시 CEO는 지난달 9일 공개한 연례 주주서한에서 "AI·로봇·우주산업화·지정학적 갈등 같은 변곡점이 보이면 가능한 한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올해 자본지출 즉 CapEx를 2000억 달러 수준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앤디 제시는 막대한 자본 투자와 함께 그동안의 개발 성과들을 차례대로 수익화하고 있다.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자체 반도체 사업인 그래비톤·트레이니엄·니트로 등의 연환산 매출이 2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외부 판매까지 가정하면 5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또 풀필먼트 센터 내 100만 대 이상 자체 개발 로봇도 외부 산업·소비자 고객용 솔루션으로 상품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아마존은 이미 전 세계 배송의 약 75%를 로봇 기술에 의존하고 있으며, 상품 적재와 재고 관리, 분류, 중량 운반 등 전반에 사람의 개입을 줄인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해왔다.

◆ 호르무즈 해협 긴장 확대…반도체 랠리도 숨고르기
이날 뉴욕 증시는 운송·물류 업종 외에는 반도체 섹터의 차익실현 매물로 인한 하락 압력이 이어졌다. 마이크론(+6.3%)·샌디스크(+5.8%)는 강세를 보였지만 인텔(-3.85%)·퀄컴(-4.88%) 등 일부 종목은 차익실현 매물에 부진했다.
팔란티어는 1분기 매출액이 16억3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85%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관건이던 미국 상업 매출이 전망치 6억 500만 달러보다 낮은 5억 9500만 달러를 기록한 여파로 시간외에서 소폭 하락을 기록 중이다.
하루 뒤 실적 발표를 앞둔 AMD는 HSBC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강등한 여파로 이날 5% 넘게 내렸다.
HSBC는 AMD에 대해 지난달 주가가 77% 오른 이후 2027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19배에서 33배로 뛰어 과한 밸류에이션이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또한 TSMC 파운드리 공급 제약으로 실적 상향 여력이 적다며 올해 연간 AI GPU 매출 추정치를 185억 달러에서 146억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서클인터넷그룹은 지난 주말 사이 미 의회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클래리티 법안에 대한 합의를 이루면서 이날 하루 20% 가까이 뛰었고, 이베이는 게임스톱이 560억 달러에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5% 올랐다.
호르무즈 해협 내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고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발 미사일을 요격하는 등 군사 긴장이 고조되면서 에너지 가격도 크게 움직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14% 오른 배럴당 105.14달러,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는 5.8% 뛴 배럴당 114.44달러로 2022년 6월 이후 종가 기준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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