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봐줄 수도 없고"…골병 드는 '황혼 육아'

입력 2026-05-08 13:10   수정 2026-05-08 13:34

돌봄 조부모 절반 이상 "원치 않지만 맡았다" 남성보다 여성 노인 부담 더 커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 2명 중 1명 이상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돌봄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노인의 경우 돌봄 부담과 건강 악화 경험이 남성보다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8일 공개한 '가족 내 손자녀 돌봄 현황과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손자녀 돌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7월 28일부터 8월 18일까지 6개월 동안 만 10세 미만 손자녀를 주당 15시간 이상 돌본 경험이 있는 만 55∼74세 조부모 1천6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 조부모들은 평일 기준 평균 주 4.6일, 하루 평균 6.04시간 손자녀를 돌보고 있었으며 주당 평균 돌봄 시간은 26.83시간이었다.

응답자의 53.3%는 원하지 않았지만 자녀 사정 때문에 돌봄을 거절하지 못하는 '비자발적 돌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비율은 57.5%로 남성(44.6%)보다 12.9%포인트(p) 높았다.

손자녀뿐 아니라 배우자 등 다른 가족 구성원까지 함께 돌보는 '다중 돌봄' 부담을 겪는다는 응답도 51.1%에 달했다. 이 비율 역시 여성(56.4%)이 남성(40.1%)보다 높게 나타났다.

조부모 돌봄이 필요한 이유로는 부모의 긴 노동시간과 가족 돌봄 중심 문화, 사교육 필요 등이 꼽혔다. 공적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가족의 추가 돌봄 부담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미다.

손자녀 돌봄이 가족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도 많았다. 응답자의 81.9%는 손자녀와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답했고, 68.8%는 손자녀 부모와의 관계가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손자녀 부모와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응답은 남성(73.6%)이 여성(66.5%)보다 높았다.

다만 돌봄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부담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육체적 피로가 심해졌다는 응답은 73.7%, 정신적 스트레스가 증가했다는 응답은 60.4%였다. 기존 질환이나 통증이 악화됐다는 응답도 47.8%에 달했다.

이런 이유로 응답자의 46.8%는 손자녀 돌봄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은 49.0%로 남성(42.5%)보다 높았고, 특히 0∼1세 손자녀를 돌보는 여성 노인의 경우 54.7%가 돌봄 중단을 생각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연구원은 "조부모 돌봄은 많은 가정의 돌봄 공백을 보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조부모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조부모 돌봄에 의존하기보다 부모가 일과 돌봄을 병행할 수 있도록 노동시간 구조와 관행을 개선하고 공적 돌봄의 질과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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