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보건기구(WHO)가 "암보다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갈 것"이라고 경고한 위협이 있다. 항생제 내성(AMR·Antimicrobial Resistance)이다.
WHO는 2050년까지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3,9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그 확산의 중심에는 뜻밖에도 흔한 질병 하나가 있다. 바로 부비동염(축농증)이다.
▲ 오진율 99%, "처방 80%가 불필요한 항생제"
부비동염은 외래 항생제 처방의 11.1%를 차지하는 단일 1위 질환으로 문제는 정확한 진단 도구가 없다는 것이다.
미시간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비전문의의 부비동염 오진율은 무려 99.1%에 달한다. 증상만으로 바이러스성인지 세균성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0년 통계는 이 오진의 결과를 그대로 보여준다. 부비동염 환자에게 처방되는 항생제의 80.8%가 부적절한 처방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 수억 개에 달하는 1차 의료기관 가운데, 부비동 전용 POC(Point-of-Care, 현장 진단) 기기가 보급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의사들은 증상과 촉진에만 의존해 처방을 결정해왔다. 이 구조적 공백이 항생제 남용을 만들어온 원인으로 손꼽힌다
▲ UNIST에서 시작된 10년의 연구 결과
울산 UNIST를 기반으로 2017년 설립된 의료기기 스타트업 유투메드텍(U2MedTek Inc., 대표 김양석)이 이 공백에 도전장을 던졌다.
유투메드텍이 개발한 SinusView(사이너스뷰)는 부비동염 전용 AI POC 진단기기로 환자가 마우스피스를 입에 물면, 구강 내 근적외선(NIR) LED가 조직을 통과하고 안면 카메라가 이를 포착하는 구조다.
딥러닝 AI가 이 데이터를 분석해 10초 만에 부비동염 유무를 자동 판독해 결과를 출력하는데, 방사선이 없고 비침습적이며 숙련된 전문의 없이도 1차 의료기관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다.
김양석 대표는 "청진기가 심폐음을 듣는 것처럼, SinusView는 부비동을 빛으로 읽는다"며 "기존 CT나 비강 내시경이 방사선 피폭과 불편한 시술을 수반하는 것과 달리, SinusView는 10초의 비침습 검사로 의사가 항생제 처방 여부를 근거 있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 20만 건 리얼월드 빅데이터로 완성한 AI 정확도
SinusView의 임상적 토대는 고신대학교 복음병원과의 IRB 승인 연구(556명)에서 출발했다. 이 초기 임상을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한 뒤, 실제 의료 현장에서 누적된 20만 건 이상의 리얼월드 진단 데이터에 AI를 적용하며 정확도를 지속 고도화했다.
그 결과 현재 v2.0 알고리즘은 민감도 93.3%, 특이도 96.4%, AUC 0.90의 진단 성능을 구현하고 있으며, 이는 CT 대비 비교 임상 수준의 수치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 이비인후과를 넘어 내과·소아과·한의원까지
SinusView의 또 다른 경쟁력은 적용 가능한 진료과의 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비동염은 이비인후과의 전유물이 아니라 감기와 비염으로 찾아오는 내과, 소아 환자의 반복적인 코막힘을 다루는 소아과, 비연(鼻淵)을 다루는 한의원에 이르기까지 객관적 확인이 필요한 진료 현장은 광범위하다.
SinusView는 전문 훈련 없이도 사용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이 모든 1차 의료 현장에 바로 도입될 수 있다. "청진기가 전 세계 모든 의원에 한 대씩 있듯, SinusView가 그 자리에 놓이는 것이 목표"라는 김양석 대표의 말은 이 넓은 시장을 겨냥한 선언이기도 하다.
▲ 글로벌이 먼저 알아본 기술력
국내를 넘어 글로벌 의료 시장에서도 SinusView의 가치를 먼저 알아봤는데 독일의 내시경 업체 Karl Storz는 올해 4월 15일 NDA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기술 실사를 진행 중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idsMED Group과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는데, idsMED는 GE Healthcare, Philips 등 200개 이상의 글로벌 의료 브랜드를 취급하는 아세안 최대 통합 의료 유통·공급망 솔루션 기업으로,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필리핀 등 6개국 1만 곳 이상의 의료기관을 커버하고 있다.
그밖에 일본의 타이요(Taiyo Instruments)와 Medius Holdings를 비롯해 7개국 17개 파트너사와 협력 중이다.
김양석 대표는 "정확한 진단이 곧 올바른 처방이고, 올바른 처방이 항생제 내성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SinusView는 기기 하나의 혁신이 아니라, 부비동염 진단·처방의 관행 전체를 바꾸는 인프라가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생성형 AI로 만든 결과물임>
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parkjs@wowtv.co.kr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