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피싱 수거책?...'반전 진실'에 법원 판단은

입력 2026-05-10 19:17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에 속아 8천여만원을 뜯긴 피해자가 조직의 사기 수법에 속아 지시를 따르다 '수거책'으로 몰려 법정에 섰다. 그러나 재판부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혐의로 기소된 A(42)씨에게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강원지역 지자체 공무원인 A씨는 2024년 3∼4월 보이스피싱 조직에 사기를 당한 피해자 7명으로부터 8억여원을 받아 조직에 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검찰, 검찰 수사관 등을 사칭하며 '당신 명의로 대포통장이 만들어져서 범행에 사용됐다. 불법 자금인지 확인해야 하니 돈을 인출해 우리가 보내는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건네라"고 해 피해자들을 속였다. A씨는 이들에게서 돈을 받아 조직에 넘긴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조사 결과 A씨 역시 2024년 2∼3월 피해자들과 같은 방식으로 조직원들에게 속아 총 8천80만원을 뜯겼다. 그는 같은 해 4월이 되어서야 범행을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조직원들은 "A씨 때문에 다른 피해자들도 명의도용을 당해 조사를 받고 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현금은 불법 자금이니 국고에 환수되도록 도와달라"며 A씨에게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이 말에 속은 A씨는 이를 수락하고 지시에 따랐다.

A씨 측은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가스라이팅'으로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일부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고, 조직이 대출을 받도록 종용해 되레 빚이 생겼다며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1심인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조직원에게 속아 보이스피싱인지 알지 못한 채 돈을 편취당하는 피해를 본 피고인이 보이스피싱의 관여를 인식하고 조직원에게 합세해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편취했다는 공소사실은 모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에 검찰이 불복하자 사건을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학력, 사회 경험 등에 비춰볼 때 현금을 수거·전달하는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개입됐다고 의문을 품을 만한 능력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A씨가 공무원인만큼 검찰·금감원 등이 비대면으로 별 관련이 없는 민간인과 다른 기관 공무원에게 서류나 근거 없이 특수수사를 지시하거나 영수증도 없이 불법 자금 일부를 환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은 점 등도 납득이 가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 수법은 계속 진화하고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으며 통상의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들조차 보이스피싱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피해를 보는 경우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 사건은 피고인이 조직원에게 속아 보이스피싱인지 알지 못한 채 수차례에 걸쳐 돈을 편취당한 직후에 곧바로 현금 수거·전달에 관여하게 된 것이고, 심지어 피고인은 현금 수거·전달을 하는 도중에도 재차 370만원을 편취당하는 피해를 보기도 했다"며 범행의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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