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치매머니’ 급증…"신탁제도 손질 필요"

임동진 기자

입력 2026-05-29 06:10  

사진=연합뉴스
급속한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치매 환자가 보유한 자산인 이른바 ‘치매머니’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매머니가 단순히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환자의 돌봄과 요양, 가족의 생계 안정을 위해 체계적으로 활용되어야 할 자산인만큼 치매보험금 신탁 허용 범위 확대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9.25% 수준이다. 특히 85세 이상에서는 치매 유병률이 2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치매 발생 위험이 급격히 커지는 만큼 향후 치매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치매 환자가 보유한 자산 규모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2023년 기준 154조 원 규모였던 치매머니는 2050년 488조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치매는 단순한 질병을 넘어 개인과 가족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판단 능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는 치매의 특성상 자산 관리 공백이 발생할 경우 금융사기나 자산 유출, 가족 간 분쟁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명보험협회
이 같은 치매 리스크 대응을 위한 생명보험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은 보험을 통해 진단금과 간병비, 장기요양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치매는 장기간 치료와 돌봄이 필요한 질환인 만큼, 보험을 통한 사전 대비는 가계의 재정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일부 생명보험회사는 요양시설 운영 등 요양산업에도 진출해 고령층 돌봄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다만 치매머니를 보다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신탁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보험금청구권 신탁 범위를 현행 사망보험금에서 치매보험금까지 넓혀, 보험금이 치료비와 간병비 등 본래 목적에 맞게 쓰이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또 현재 치매신탁이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되면서 접근성이 낮고, 가입 권유 인프라도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신탁 목적이 투자보다 재산 보관과 관리에 있는 경우에는 ‘관리형 신탁’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일반 고령층의 치매신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판매제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현행 법령상 신탁상품 권유를 위해서는 투자권유대행인 자격이 필요한데, 등록 인력이 많지 않아 확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 사례처럼 보험설계사도 치매신탁을 권유할 수 있도록 자격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치매는 더 이상 개인이나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라며 “치매보험청구권 신탁의 활성화와 신탁제도의 합리적 개선이 치매 고령자의 자산을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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