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구니 가득 찼다"…발빠른 기관에 개미는 '헉'

전효성 기자

입력 2026-06-02 17:29  

주가 급등에 ETF 종목별 한도 30% 넘겨 삼성전기, 반도체 ETF 비중 39% 달해 6월 정기변경서 1조 리밸런싱 예고 발빠른 기관, 선제적 매도 나서 [B급기자의 B급리포트]

연일 급등세를 타던 삼성전기의 주가가 2일 급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 비중 한도를 넘어선데 따른 비중조절 우려가 투매를 자극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전기 외에도 종목별 보유 한도인 30%를 가득 채운 종목들에 대해 투자 유의를 당부했다.


● "삼성전기, 300만원 간다면서요"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9.58%급락한 181만 3000원에 마감했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992억원과 1959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기관이 2961억원어치의 물량을 쏟아내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시장에서 삼성전기를 바라보는 눈높이는 긍정적이다. AI와 반도체 산업의 호황에 힘입어 핵심 부품인 기판 기업으로서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1일 DB증권은 삼성전기 목표주가를 3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미래에셋증권도 280만원을 제시하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 "30% 바구니 가득 찼다"

2일 장이 열리자마자 삼성전기 주가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핵심 이유로는 '패시브 ETF 리밸런싱' 가능성이 꼽힌다. 최근 삼성전기 주가가 단기간에 오르면서 ETF의 종목별 보유 한도인 30%를 넘어서는 상품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1일 종가 기준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의 삼성전기 편입 비중은 39.69%까지 치솟았다. 'HANARO Fn K-반도체'에서도 삼성전기의 비중은 35.15%까지 높아졌다. RISE 네트워크인프라(33.04%), ACE 코리아AI테크핵심산업(32.90%), IBK K-AI반도체코어테크(32.72%), HANARO Fn K-메타버스MZ(32.48%) 등 다수의 ETF에서 30%한도를 초과한 상태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 종목별 편입 비중. 삼성전기의 비중이 ETF 한도인 30%를 훌쩍 넘긴 39%에 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6월 11일 이후 매물 쏟아진다

패시브 ETF는 지수 방법론에 따라 정해진 시기에 단일 종목의 비중을 낮추는 리밸런싱을 진행한다. 특히 6월 선물옵션 만기일(6월 11일)로 정기변경 시점을 정해둔 ETF들이 여럿 있다.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 지수 방법론(FnGuide AI반도체 TOP2+ 지수)에 따르면 6월 선물옵션 만기일 이후 2영업일째(6월 15일)에 정기변경을 수행한다. 단일 종목 비중은 25% 이하로 맞춰야 한다. 해당 ETF의 순자산이 4조원 수준인데 삼성전기는 현재 비중 39.69%에서 25%로 비중을 낮춰야 한다. 이에 따라 약 4900억원의 기계적 매도 물량이 발생한다.

'HANARO Fn K-반도체'도 지수 방법론(FnGuide K-반도체 지수)에 따라 6월 선물옵션 만기일 이후 17~18일에 걸쳐 비중을 25%로 낮추는 정기변경을 수행해야 한다. 현재 순자산 4조3000억원을 기준으로 35.15%의 비중을 25%로 낮추기 위해 약 4364억원의 삼성전기 매물이 출회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6월 15~18일까지 두 ETF에서만 도합 9200억원에 달하는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셈이다.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가 추종하는 'FnGuide AI반도체 TOP2+ 지수' 방법론에 따르면 6월 선물옵션 만기일을 기준으로 개별 종목의 편입비중을 최대 25% 이하로 낮추는 리밸런싱이 진행된다.
● 발 빠른 기관, 선제적 매도세

리밸런싱 일정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지만 주가가 먼저 꺾인 것은 기관 투자자의 선제적 매도세가 작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발 빠른 기관이나 헤지펀드들은 ETF 리밸런싱에서 출회될 매물 규모를 미리 계산하고 패시브 자금보다 먼저 주식을 내다 판다. 여기에 대규모 매물 출회를 우려한 일반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수요, 시장조성자(LP)의 선제적 포지션 조정에 따른 현선물 매도가 겹치면서 하방 압력을 더욱 키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패시브 펀드는 정해진 날짜에 수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지만 스마트 머니는 그 규정을 역이용해 한발 먼저 움직인다"며 "지수 편출입이나 대규모 리밸런싱 이벤트에서 관찰되는 전형적인 수급 교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삼전·닉스도 단일 종목 30% 넘겨

현재 코스피 랠리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주요 반도체 ETF에서 종목 비중 한도(30%)를 넘긴 상황이라 주의가 요구된다.

TIGER 반도체의 경우 SK하이닉스의 비중이 1일종가 기준 39.21%까지 높아졌다. KODEX 반도체에서도 SK하이닉스 비중이 39.21%에 달한다. 두 종목은 한국거래소의 'KRX 반도체 지수'를 추종한다.

해당 지수는 9월에 정기변경이 예정돼 있어 향후 지수 추종 자금의 기계적 매도 등 수급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B급기자의 B급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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