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들 쓸어 담더니…美 국채 제치고 1위

입력 2026-06-04 11:14  

세계 외환보유액서 금 비중, 미 국채 첫 추월
사진=연합뉴스
금이 미국 국채를 제치고 세계 중앙은행들의 최대 준비자산(외환보유액)으로 올라섰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수년째 이어진 데다 금값까지 급등하면서 글로벌 외환보유액 지형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일(현지시간) 발간한 '유로화의 국제적 역할'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기준 금이 전 세계 중앙은행 준비자산(central bank reserve assets)의 27%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 20%보다 7%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반면 미 국채 비중은 같은 기간 25%에서 22%로 낮아졌다. 미 국채를 포함한 달러화 표시 자산 전체 비중은 42%로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유로화 표시 자산 비중은 15%로 전년과 동일했다.

다만 ECB는 보고서에서 금값 상승효과를 제거하고 2023년 말 금값 기준으로 재산정하면 지난해 말 기준 금 비중(16%)은 유로 비중(16%)과 같고, 미 국채 비중(26%)에는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금 비중 확대의 상당 부분이 금 보유량 증가보다 가격 상승에 따른 평가액 증가 영향이라는 의미다.

중앙은행 준비자산은 통화 가치 안정과 국제 결제, 금융시장 위기 시 유동성 공급 등을 위해 중앙은행이 보유하는 고(高)유동성 자산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준비자산 구조 변화가 각국 중앙은행의 달러 의존도 축소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다변화 움직임은 2022년 미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의 달러 준비금을 동결한 이후 가속화됐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금에 대한 중앙은행들의 강한 수요를 계속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ECB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현재 3만6천톤(t) 이상으로, 달러화가 금에 연동됐던 브레턴우즈 체제 전성기(3만8천t)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금값은 올해 1월 트로이온스당 5천500달러를 넘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2022년 이후 금 준비자산을 가장 많이 늘린 나라는 중국·폴란드·터키·인도였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지난해 850t으로 소폭 줄었으나, 3년 연속 연간 순매입량이 1천t을 웃돈 흐름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기업 테더가 지난해 100t 이상을 매입해 단일 기관 기준 최대 금 매입자로 떠오른 점도 눈길을 끌었다.

터키는 2022년 이후 220t의 금을 매입했지만 2026년 초 이란 전쟁 발발 이후 130t을 매각하거나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ECB는 이를 "최근 수년간 가장 큰 규모의 금 준비자산 인출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한편 유로화의 국제적 영향력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유로화 표시 국제 채권 발행 규모는 약 1조유로로 전년 대비 30%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외 투자자의 유로존 자산 순유입 규모 역시 8천500억유로에 달해 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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