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피·억대 성과급 '딴 세상'…영세 사장님의 눈물

입력 2026-06-07 13:52  

내수 침체에 올 1분기 공장 경매 29%↑ 1∼4월 개인파산 신청도 5년 만에 최대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타고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고 일부 대기업에선 억대 성과급까지 지급하는 이면에 내수 현장에서는 영세 사업자들의 폐업과 도산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정부 지원으로 연명해온 소상공인과 중소 제조업체들이 최근 법원과 경매시장을 찾는 사례가 급증하는 모습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경영난을 겪어온 자영업자와 영세 사업자들의 파산·회생 신청이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고금리와 내수 침체,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플라스틱 병뚜껑과 학용품 등을 생산하던 제조업체 대표 A씨는 최근 공장을 경매에 내놓았다. 코로나19 시기 매출 급감으로 위기를 맞은 그는 정부의 대환대출과 상환유예 제도를 활용해 가까스로 버텼다. 그러나 이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크게 오르면서 경영 부담이 커졌고, 결국 직원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났다. 가족들과 생산과 납품, 경리 업무를 직접 맡아 운영을 이어왔지만 더는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다고 판단해 공장 처분 절차에 들어갔다.

서울 강남구에서 명품 수선점을 운영하던 B씨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20년 넘게 이어온 가업을 물려받아 운영해왔지만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이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뒤 회복되지 않았고, 결국 그는 최근 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이 같은 어려움은 경매시장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공장 및 제조업소 경매 진행 건수는 1천21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37건보다 29%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 1천120건과 비교해도 8% 늘었다.

개인파산 신청도 증가세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은 4천10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12월 4천170건 이후 4년 4개월 만의 최고치다.

올 1∼4월 누적 개인파산 신청은 1만4천535건으로 작년(1만3천43건)보다 11.4% 늘었는데, 이는 같은 기간 기준 2021년(1만6천956건) 이후 최고치다.

법조계에선 코로나19 때 정부가 내놓은 각종 지원책이 효과를 다한 것과 맞물려 폐업 기로에 놓인 영세사업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소비진작 정책과 저금리 대출, 상환유예 등으로 당장 위기를 넘겼던 사업자들이 최근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도산 절차를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도산 증가가 개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업자들이 파산이나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채권자들도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연쇄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채무 문제로 인해 형사 고소 가능성까지 걱정하며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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