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전에서 'K컬처'가 핵심 홍보전략으로 부상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는 6월21일 열리는 대선 결선투표에 안착한 여당 후보 이반 세페다(64)는 '뼛속까지 사회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그는 좌파 지도자 마누엘 세페다의 아들이며, 현재 집권 여당이자 좌파 정당의 대선후보가 됐다.
세페다는 전통적인 좌파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빈민에게 농장을 나눠주고, 사회적 지출을 대폭 늘리며 좌파 반군들과도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다 1차 대선 투표에서 2위로 주저앉자 그는 주도권을 다시 빼앗아 오기 위해 K컬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남미 지역에서 K컬처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세페다가 극우파 후보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48)와 박빙의 격전을 치르고 있는 콜롬비아도 예외는 아니다.
K팝의 열기도 뜨거워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에이티즈 등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세페다 후보 측은 선거운동에 K컬처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세페다 후보 진영은 그의 사진에 반짝이 효과와 하트 필터, 파스텔톤 배경을 덧입혀 마치 'K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연출하고, 한국어로 '오빠'(OPPA), '사랑해' 같은 문구를 얹은 밈을 제작해 유튜브와 틱톡에 배포하고 있다.
세페다 본인도 유세 현장에서 틈만 나면 한국에서 유행한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일 정도다.
세페다 지지자 모임인 '역사적 조약을 위한 K팝 팬 운동'(Movimiento Kpopers por el Pacto Historico)이 여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세페다의 공약을 카드뉴스로 쉽게 풀어내거나, K팝 아이돌의 음악을 깔고 후보의 무상교육 정책을 홍보하는 숏폼 영상을 제작해 바이럴(입소문)을 일으킨다.
이 운동을 주도하는 영상제작자 헤네시스 메사(30)는 K팝을 정치에 활용하는 이유를 묻자 "그룹 에이티즈의 '게릴라'는 우리가 직면한 억압과 장벽을 무너뜨리자는 저항을 다루고, BTS의 '뱁새'는 기성 사회가 청년들에게 강요하는 메커니즘과 불평등한 저임금 구조를 날카롭게 꼬집는다"고 설명했다.
K팝의 저항 정신이 콜롬비아 청년들이 처한 현실적 결핍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그는 "K팝은 태생적으로 사회적 투쟁 및 메시지 전달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K팝이 비정치적이라는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남미 전역에 우파 집권 기류인 '블루타이드'가 거센 가운데, K컬처를 적용한 팬덤 정치가 콜롬비아 대선의 향방을 가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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