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과대 평가" 역설…머스크 덕에 대학들 '돈방석'

입력 2026-06-09 16:59  


일론 머스크가 세운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가 이번 주 이뤄지면서, 스페이스X에 일찍 투자해 기금에서 큰 비중을 갖게 된 미국 여러 대학이 막대한 평가이익으로 '돈방석'에 앉을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러 대학의 기금에서 스페이스X 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며 이같이 전했다.

일부 대학은 그 비중이 10%를 넘는데, 이는 통상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지향하는 기관투자가로서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스페이스X 상장 시점이 많은 대학 기금의 회계연도가 마감되는 6월 30일 직전이어서, 이 날짜를 기준으로 산출되는 보유 주식 평가액은 한층 더 뛸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학의 미실현 평가이익은 수십억 달러(수조 원) 규모에 달할 수 있다.

17개 기관을 관할하는 노스캐롤라이나대(UNC) 시스템은 운용 기금의 약 10%가 스페이스X에 연계돼 있다고 기금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이는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 피터 틸의 '파운더스 펀드'를 통해 초기에 투자한 영향으로, 파운더스 펀드는 2008년부터 투자를 시작한 스페이스X 최초 투자 벤처캐피털 중 하나다.

UNC의 기금 규모는 올해 3월 말 기준 약 150억 달러(약 22조7,000억원)였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역시 기금에서 스페이스X 비중이 적어도 10%대 중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 기금은 작년 6월 30일 기준 134억 달러(약 20조2,611억원) 규모로, 2018년 바이 캐피털과 함께 스페이스X에 자금을 넣기로 했고 스페이스X에 투자한 복수의 운용사에도 들어가 있다. UNC와 워싱턴대는 앞서 지분 일부를 팔아 비중을 줄였는데도 여전히 거액을 보유하고 있다.

스탠퍼드대도 스페이스X 지분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지만 기금 내 비중은 10%에 한참 못 미친다고 한 취재원은 WSJ에 전했다. 스탠퍼드대 역시 파운더스 펀드 조기 투자가 핵심 배경이며, 세쿼이아 캐피털과 앤드리슨 호로위츠, 스라이브 캐피털 등 벤처캐피털과 헤지펀드 다르사나 등을 통해서도 투자했다. 작년 6월 말 기준 스탠퍼드대 기금은 477억 달러(약 72조1,000억원)였다.

이처럼 대학들이 스페이스X로 막대한 이득을 기대하게 된 것은 '대학의 가치가 과대평가돼 있다'는 머스크의 시각에 비춰보면 역설적이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머스크는 2024년 소셜 미디어 X에서 "대학은 과대평가돼 있다"며 "우리에게는 전기공, 배관공, 목수가 필요하다. 이는 정치학 전공자를 조금 더 늘리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공하려면 4년제 대학 학위가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대학 기금에서 스페이스X 비중이 이처럼 커진 것은 애초 의도된 결과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기금 책임자들은 2002년 창립된 스페이스X가 수십 년간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다 최근 몇 년 새 기업가치가 급등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2022년 12월만 해도 스페이스X 가치는 1,400억 달러(약 212조원)로 평가됐으나, 지난 3일 회사가 IPO 공모가를 주당 135달러(약 20만4,000원)로 정한 점을 감안하면 현재 기업가치는 그 12배가 넘는 1조7,700억 달러(약 2,676조원)에 이른다.

버지니아대는 다른 대학들보다 뒤늦게 지분을 확보했다. 운용사들의 보유 종목을 검토하다 스페이스X 지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2020∼2021년 포지션을 구축했는데, 당시 평가된 스페이스X 기업가치는 740억 달러(약 112조원)에서 1,000억 달러(약 151조원) 사이였다. 현재 버지니아대 기금은 약 170억 달러(약 25조7,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스페이스X 관련 투자액은 한 자릿수 초반대 비중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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