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잠실7동 투표소의 투표용지 보관상자와 투표소 CCTV 영상,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단체대화방 기록 등을 증거로 보전하라고 명령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제51단독(부장판사 김지연)은 9일 서울시장 후보였던 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이 낸 투표용지 보관상자 등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보전 대상은 우선 송파 잠실7동 제2투표소에 보관된 '인쇄매수 1,900매' 투표용지 보관상자와 포장재다. 여기에 투표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송파구 10개 투표소에서 6월 3일 오전 8시부터 5일 오후 9시까지 찍힌 투표소·투표함 보관 장면 폐쇄회로(CC)TV 영상, 사태 당시 선관위 직원 간의 단체대화방·메신저·문자메시지 기록도 포함됐다. 다만 부족 사태가 발생한 송파구 투표소에서 사용된 본투표지와 잠실 지역 개표소인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옮겨진 투표함 등에 대한 신청은 기각됐다. 법원은 "증명하고자 하는 사실과의 관련성이 부족하거나 선거쟁송 전에 미리 증거조사를 하지 않으면 곤란할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증거로 보전되는 보관상자는 선관위의 부실 관리 실태를 보여주는 물품으로 꼽힌다. 박스 겉면에 적힌 투표용지 인쇄 매수는 총 1,900매로, '박스 1개 중 1번'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이 투표소의 선거인 수는 3,856명으로, 투표지가 선거인의 49.3% 분량만 준비돼 '투표용지 최소 50% 인쇄' 지침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이 투표소에서는 본투표 종료 전 준비된 투표용지가 모두 소진돼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일이 벌어졌으며, CCTV 영상에는 이런 혼란상이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 직원들의 단체 대화방에서는 부족 사태가 언제부터 발생했고 어떤 대응이 이뤄졌는지가 드러날 전망이다. 앞서 공개된 선관위·송파구청 직원들의 대화방에서는 당일 오후 2시께부터 투표지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빗발쳤고, 오후 4시를 넘어서는 투표가 중단됐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그런데도 선관위가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아 사상 초유의 투표 중단 및 투표 시간 연장 사태가 벌어졌다는 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주장이다.
닷새째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는 핸드볼경기장에 보관 중인 투표지·투표함에 대한 신청이 기각된 데 대해, 법원은 이들이 선관위 관리 아래 보관되고 있어 별도의 증거 보전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CCTV나 투표소 내부에서 발견된 투표용지 박스는 삭제나 탈취 등으로 증거가 훼손될 가능성이 일부 있다고 보고 보전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결정을 내린 김지연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3시 잠실7동 제2투표소를 찾아 현장 검증을 한다. 이 투표소는 투표 시간 연장과 2박 3일간의 점거 사태가 벌어진 곳이다. 김 부장판사는 이곳에서 증거물을 봉인한 뒤 법원 내 별도 장소로 옮겨 보관하는 방식으로 증거를 보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증거 보전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김정철 최고위원이 선거 무효 소송에 앞서 증거를 먼저 확보해달라며 지난 8일 법원에 낸 신청에 대한 판단이다. 김 최고위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유권자가 투표를 단념하고 투표 종료 시간이 연장되는 등 선거 절차 위반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의 효력을 다투는 선거소청은 투표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제기돼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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