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특정 주식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ETF 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한도 30%를 초과해버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장 다음주부터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앵커>
어떤 종목이 얼마나 넘치게 된 겁니까?
<기자>
삼성전기라는 기업이 대표적입니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500% 넘게 올랐죠. AI 반도체 랠리에 수혜주로 부각되면서인데요.
100원의 투자금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어떤 ETF 편입비중이 삼성전자 30%(30원), SK하이닉스 30%(30원), 삼성전기 20%(20원), 나머지 20%(20원)으로 설정돼 있었습니다. 문제는 다른 종목들보다 삼성전기가 단기간에 3배가 더 오르는 겁니다. 실제로 최근에 그랬죠. 그러면 삼성전기 주식의 가치(60원)는 전체(140원)의 42%까지 훌쩍 높아지게 됩니다.
9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기를 담고 있는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라는 ETF에서 삼성전기 편입 비중이 38.49%까지 높아졌습니다. 'HANARO Fn K-반도체'에서도 34.73%까지 높아진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총 7개의 상품에서 삼성전기가 ETF 비중 상한인 30%를 넘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기준을 넘겼으니 결국 넘친 물량을 덜어내야 할 텐데요. 구체적으로 언제 팔게 되는 겁니까?
<기자>
ETF 지수방법론을 보면 기준이 나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기 비중(38.49%)이 가장 높은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지수 방법론(AI반도체TOP2+ 지수)을 보면 6월 선물옵션만기일이 기준 시점입니다. 내일이죠. 2영업일 이후에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정기 리밸런싱'을 수행합니다. 올해는 6월 15일 월요일인데요. 지수 방법론 규정상 이때 시가총액 상위 2개 종목은 무조건 비중을 25% 이하로 낮춰야만 합니다. 삼성전기 비중이 37% 수준인 'HANARO Fn K-반도체'도 방법론상 6월 선물옵션만기일을 기준으로 4~5거래일 뒤인 17~18일에 리밸런싱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현재 KODEX 상품의 시총은 4조원, HANARO 상품의 시총은 4조 7천억원 규모입니다. 현재 40%에 육박하는 삼성전기의 비중을 25%까지 낮추게 되면 두 상품에서 나올 삼성전기 매도물량은 약 99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삼성전기의 비중이 30%를 웃도는 상품이 7개에 달하는 만큼 6월 옵션만기일 이후로 조단위 매도물량이 예상됩니다.

<앵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금 한국 주식을 계속 매도하는 게 리밸런싱 차원이라고 하던데, 국내에서도 ETF 리밸런싱이 초읽기로 접어든 거네요.
<기자>
같은 맥락입니다. 글로벌 자산 배분에서 한국 증시를 가령 2%로 잡아뒀는데 코스피가 강하게 오르면서 4%까지 오르게 된다면 한국 증시 전망과는 별개로 기계적으로 2%P를 매도해야 되는 건데 그게 국내 ETF에서도 작동하는거죠.
현재 발빠른 기관 투자자는 6월 리밸런싱을 앞두고 먼저 선제적인 매도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 증시를 들어올린 핵심 주체가 ETF였는데, ETF에서 일부 종목에 대한 기계적 매도가 나오면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에서입니다. 이 부분은 기관 투자자 부분에서 '투신(사모)'을 보면 됩니다. 개인이 사들인 ETF는 금융투자로 잡히고요.
실제 '투신' 주체는 5월 21일부터 13거래일 연속으로 삼성전기에 대해 순매도 행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시점이 삼성전기가 120만원선을 웃돌았을 시기로 일부 ETF에서 30% 비중을 넘겼을 때였습니다. 최고점에서 정리한 것은 아니지만 ETF의 비중을 파악하고 먼저 빠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리밸런싱으로 비중을 25%로 덜어내고 나면 덜어낸 종목에 대해 매수 수급마저 약해질 수가 있는 겁니까?
<기자>
패시브 펀드의 맹점입니다. ETF는 주식 바구니입니다. 처음에 바구니를 만들 때는 규정대로 삼성전기를 25%만 담았습니다. 그런데 삼성전기 주가만 폭등하다 보니, 가만히 둬도 전체 바구니 금액 안에서 차지하는 덩치가 40%가까이 부풀어 오른 거죠.
ETF는 시장 가격을 거울처럼 똑같이 따라가야 합니다. 그래서 바구니 안에서 비중이 40%로 커진 상태에서는 새로운 투자자 돈이 ETF로 들어올 때마다 기계적으로 그 돈의 40%를 삼성전기를 사는 데 씁니다. 비싸진 주식을 더 많은 비중으로 사주면서 그동안 주가를 받쳐온 셈이죠.
15일부터 지수 규정대로 주식을 내다 팔면 비중이 25%로 낮춰질 겁니다. 그러면 다음날부터 ETF 바구니에 주식을 새로 담는 '기준표'도 25%로 내려갑니다. 100억원이 새로 들어와도 40억원어치가 아니라 25억원어치만 삼성전기를 사게 되는 겁니다. 당장 쏟아지는 1조원 매도 폭탄도 무섭지만, 주가를 밀어 올려줄 '매수 체력' 자체가 구조적으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앵커>
덩치 커진 ETF의 기계적인 룰 때문에 잘나가던 주식이 구조적으로 꺾일 수도 있겠군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다른 대형주들은 어떻습니까.
<기자>
오늘 예를 든 삼성전기와 대형 반도체주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자본시장법상 예외 규정을 적용받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처럼 덩치가 워낙 큰 종목은 코스피200 같은 대표지수에서도 비중이 34%에 달합니다. 대표지수를 왜곡 없이 복제해 ETF로 만들려면 30%를 넘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경우는 예외 사례로 인정을 해주는 거죠. 다시 말해 대표지수 ETF는 리밸런싱 주기가 돼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대한 기계적 매도가 나올 가능성은 사실상 없습니다.
하지만 앞서 다뤘던 반도체 지수 같은 '테마형 지수'나 '특정 산업 섹터 지수'는 이런 예외 규정을 적용받지 못합니다. 따라서 규정된 30% 비율에 맞춰 리밸런싱을 거쳐야만 합니다. 결국 투자자분들은 내가 보유한 ETF가 시장대표지수를 추종하는지 아니면 특정 테마를 추종하는지에 따라 수급 충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유의하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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