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상 앞에서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숫자와 자료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현실이 있고, 직접 만나야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특히 우리 재단처럼 ‘사람’을 향하는 일을 하는 곳이라면 현장에 반드시 가봐야 한다.
사람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분명해진다. 이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 것은 지난해 캄보디아 의료봉사 현장을 찾았을 때였다.
봉사 현장에서 마주한 캄보디아의 의료 환경은 과거 우리나라가 겪어온 어려운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병원에 가기 어렵고 자신이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 채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구충제나 해열제, 지사제 한 알이 병이 깊어지는 것을 막고 생명을 지키는 데까지도 도움이 됐다.
또 손 씻기와 양치질처럼 기본적인 위생 습관을 충분히 배울 환경에 놓이지 못한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림책과 율동을 활용해 일상에서 스스로 건강을 지켜갈 수 있는 방법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도 했다.
무더위 속에서 이어진 봉사는 몸이 쓰러지기 직전이라고 느낄 만큼 고된 시간이었다. 그러나 진료를 받은 주민들이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따뜻한 마음의 채움을 얻었다. 나가는 길에 손을 잡고 고마움을 전하려는 분들, 말없이 표정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는 분들이 있었다. 그 진심이 전해질 때마다 우리가 준 것보다 더 큰 마음을 오히려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 마주한 필요와 절실함은 재단이 의료봉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확신으로 남았다. 올해 재단은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캄보디아청년연맹연합회 본부 회관에서 ‘신격호 롯데 해외 의료봉사’를 진행하며 봉사단을 파견했다.
이번 봉사에는 대한정형외과의사회를 중심으로 모인 의사 22명을 비롯해 간호사, 자원봉사자, 재단 임직원 등 총 44명이 마음을 보탰다. 의료진은 정형외과와 내과, 치과, 성형외과 네 개 진료과를 운영하며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진료와 의약품 처방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특별히 캄보디아 캄퐁스프에 위치한 이화스렁학교 도서관 리모델링 지원사업도 함께 추진했다. 의료봉사가 지금 아픈 몸을 돌보는 거라면, 도서관 정비는 아이들이 배움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사단법인 아시아교육봉사회와 함께 이화스렁학교 도서관을 새롭게 정비하고, 컴퓨터와 프로젝터 스크린, 책상과 의자 등 기본 설비를 마련했다. 또 캄보디아 공용어인 크메르어 도서와 청소년 비문학 도서 등 다양한 장서를 비치해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독서와 학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
재단의 지원이 형식적인 절차에 머무르지 않고 마음이 닿는 지원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장을 알아야 한다. 작년에 의료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일수록 작은 지원만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이를 계기로 의료지원의 필요성을 더욱 느낀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답을 찾고 그곳에서 들은 목소리를 바탕으로 진심이 닿는 나눔을 이어가겠다.

한국경제TV 사업2부 정성식 PD
ssjeong@wowtv.co.kr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