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파이프' 지적하더니…젠슨 황, SKT 찍은 반전 이유

홍헌표 기자

입력 2026-06-19 14:40   수정 2026-06-19 19:18

    <앵커>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인공지능 무선 접속망인 AI-RAN을 다음 전장으로 점찍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기존 기지국을 ‘멍청한 파이프(Dumb pipe)’라고 비유하면서 기지국에 GPU를 탑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피지컬 AI 시대를 맞아 자율주행과 로봇과의 통신을 완벽히 구현하기 위한 포석입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부 홍헌표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AI-RAN’이 어떤 개념이길래 젠슨 황이 공을 들이는 겁니까?

    <기자>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놀고 있는 전세계 통신 기지국 장비를 AI 서버로 바꾸겠다'는 전략입니다.

    기존의 무선 접속망(RAN)은 사용자의 스마트폰 데이터를 단순히 인터넷망으로 전송만 해주는 ‘중계기’ 역할에 그쳤습니다.

    트래픽이 적은 심야 시간대에 이 장비들은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죠.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이를 두고 ‘멍청한 파이프’라고 꼬집은 겁니다.

    젠슨 황은 그러면서 기지국에 GPU를 탑재해 통신망 하나하나를 AI 연산 공간으로 바꿔놓겠다는 구상입니다.

    현재 AI 시장은 ‘데이터센터 AI’에서 스마트폰 같은 ‘온디바이스(Edge) AI’를 거쳐 ‘AI-RAN’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전세계에 깔린 기지국을 단순히 데이터를 전달하는 기기가 아니라, AI 인프라로 활용하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GPU와 AI 플랫폼을 팔 수 있는 엄청난 시장이 열리는 셈입니다.

    <앵커>
    그렇다고 젠슨 황이 단순히 GPU만 더 탑재하려는 의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피지컬 AI 시대를 대비해서 초고속 통신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는군요?

    <기자>
    AI 산업은 챗GPT 같은 거대언어모델(LLM) 서비스를 돌리는 AI 데이터센터 시대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제 AI는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같은 피지컬 AI 시대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피지컬 AI 시대가 도래하면 실시간 판단과 초저지연 통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자율주행차나 로봇이 1, 2초만 늦게 판단을 해도 크게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나올 수백만 대의 로봇과 센서가 움직이려면 ‘초저지연’과 ‘실시간 AI 추론’이 필수입니다.

    기존 통신 방식은 ‘로봇이 기지국으로 보내고, 데이터센터를 거쳐 다시 로봇으로 오는 구조'였다면 AI-RAN이 도입되면 ‘로봇이 가장 가까운 기지국에서 자체 AI 추론’ 하는 방식이 됩니다.

    추론과 통신 단계를 축소해 더 빠르고 정확한 연산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피지컬 AI 구현을 위해 AI 데이터센터를 확장하는 기업은 스페이스 X가 있는데요,

    엔비디아가 지상의 기지국을 AI 데이터센터로 만들고 있다면 스페이스X는 저궤도 위성 스타링크를 쏘아 올려 지상과 교신하겠다는 전략으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앵커>
    엔비디아가 지난해 말 노키아 지분을 인수하면서 AI RAN 시장 진출을 본격화 했습니다.

    젠슨 황은 이달 초 방한 당시 국내 통신사 중에는 SK텔레콤을 유일하게 만났는데, 한국 시장과 SK텔레콤을 주목하는 배경은 무엇입니까?

    <기자>
    엔비디아가 지난해 10월 노키아 지분 약 3%를 확보하며 통신 인프라와 엔비디아 칩 결합을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 단계가 바로 실제 고밀도 통신망을 가진 통신사들과의 ‘실증’입니다.

    이것을 테스트하기 위해 한국을 점찍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를 넘어 AI-RAN 시장을 확장해 피지컬 AI를 구현하려고 합니다.

    SK텔레콤은 한국의 통신망, 기지국, 데이터센터, 그리고 자체 AI 사업 역량까지 모두 갖췄습니다.

    엔비디아는 한국의 고도화된 통신망 위에 AI 컴퓨팅을 얹어, 로봇과 자율주행 서비스를 구현하는 'AI 팩토리' 실험을 하고 싶은 겁니다.

    특히 SKT는 SK하이닉스와 같은 그룹이기 때문에 KT나 LG유플러스보다 기지국에 GPU를 탑재하는 것도 훨씬 유리한 상황입니다.

    피지컬 AI는 반도체와 AI, 통신망이 결합해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6G를 상용화 하려는 시도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메모리 중심의 AI 반도체 경쟁이 통신 인프라로 넘어가는 흐름입니다.

    통신사들이 기존에는 가입자와 데이터 사용량을 중심으로 수익을 냈다면, 이제는 통신망을 AI 인프라로 누가 먼저 바꾸느냐 싸움이 됐습니다.

    SKT 뿐 아니라 KT와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3사 모두 AI-RAN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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