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 호황발 '빚투'(빚내서 투자)와 주택담보대출이 동시에 늘면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두 달 새 6조원 넘게 불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정책성 대출 제외)은 총 646조192억원으로, 작년 말(645조1,951억원)보다 8,241억원 늘었다.
올해 1분기 말까지만 해도 작년 말보다 5조8,688억원 줄어 있었으나 4월 말 -5조2,476억원, 지난달 말 -1조5,738억원으로 감소 폭이 빠르게 줄더니, 이달 들어 아예 증가세로 돌아섰다. 불과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잔액이 6조원 넘게 급증한 셈이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맞춰 매년 연초 연간 증가액 목표치를 설정하는데, 5대 은행은 올해 작년 말 대비 총 4조3,300억여원 이상 늘지 않도록 묶는 게 목표였다. 이제 여력은 3조5,000억원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은행별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A 은행은 이미 목표치의 1.5배 넘게 잔액이 불어났고, B 은행도 4월 말 -1조7,400억원에서 지난 18일 -400억원까지 좁혀지며 증가 전환을 눈앞에 뒀다.
빚투 흐름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5대 은행의 18일 기준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08조3,339억원으로 4월 말(104조3,413억원)보다 4조원 가까이 늘었다. 특히 개인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월 말 39조6,675억원, 5월 말 41조4,890억원, 6월 18일 42조7,919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시 호황으로 인한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증가가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짚었다.
집값 상승과 거래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5대 은행의 18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14조5,35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5월 말보다 1조1,472억원 늘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 매매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6월에 당국의 대출 관련 추가 규제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대출 수요자의 대출 실행이 한꺼번에 몰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아파트 거래량이 늘면서 1∼2개월 전에 계약된 건들의 주택 구입 자금 대출 실행 시기가 6월로 집중된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말에 목표치를 넘긴 은행은 이듬해 증가액 목표치 설정 시 페널티를 받는 만큼 은행들도 총량 관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오는 30일부터 대면 주택담보대출(주기형 외) 금리감면권을 0.5%포인트(p) 줄이고, 고정·변동금리 전세대출 금리감면권도 0.2%p 낮추기로 했다. 23일부터는 신용대출 'i-ONE 직장인스마트론'의 자동 금리감면권도 0.3%p 축소한다. 금리감면권은 영업점 우대금리와 비슷한 개념으로, 축소되면 차주에게 적용되는 실제 대출 금리가 올라 대출 수요를 억누르는 효과가 있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0일 대면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취급을 중단하고 주택담보대출 대면 모기지보험(MCI) 가입도 제한했으며, 이달 12일에는 MCG 모기지보험 가입까지 추가로 제한했다. 다른 은행들의 선제 관리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가계대출 증가세를 보면, 은행권의 선제 관리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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