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전세 사라지고, 300만 원 월세 온다

유주안 기자

입력 2026-06-23 17:40   수정 2026-06-23 17:40

    <앵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전세를 두고 '사라질 제도'라고 언급한 가운데, 전세 매물 감소와 급격한 월세화 속에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서울 강북 지역에서도 수백만 원짜리 월세 계약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건설사회부 유주안 기자 나왔습니다. 유 기자, 지금까지는 서울 강남에서나 수백만 원짜리 고액 월세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상황이 아닌 것 같군요.

    <기자>
    과거 강남, 용산 등지 일부 초고가 주택에서 주로 많았던 고액 월세가 이제는 노원, 도봉, 강북구에서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서울 동대문구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를 찾았는데요. 1천세대 규모의 이 단지에서 전용면적 84㎡의 경우 이달 들어 전세거래는 1건에 불과했습니다. 대부분 월세거래로 이뤄졌는데, 이중에서도 300만원 넘는 월세 계약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해당 단지는 올 초 전세 보증금 7억5천만원 수준이었다가 최근 9억5천만원까지 오르면서 월세 거래가 늘기 시작했고, 보증금 1억원에 월세 400만원까지 계약이 체결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 공인중개사 : 전셋값이 6개월 전부터 계속 오르는 추세고 오르면서도 매물이 아예 없어요. 아예 없다고 보시면 돼요. 월세를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라 전세로 오고 싶어도 전세로 올 수 있는 상황이 못 돼요. 대출이 안 되니까. 그나마 이제 달마다 해서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약간 이쪽은 동대문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앵커>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고 가격도 계속 오르니까 월세 거래가 늘었다는 얘기군요. 다른 지역들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전반적으로 임대차 매물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은 서울 전역에서 뚜렷합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주택 정보마당에 따르면 올 1월 25개 자치구 40~85㎡ 평형의 아파트 전세물건은 노원구와 강남구에서 각각 517건, 518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6월 들어 310건, 192건으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이 외 다른 구들도 일제히 전세물량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월세도 줄어든 자치구가 많았지만 강서구, 도봉구, 강북구, 성북구 등에서는 50% 가량 늘었습니다.

    전세물량 감소와 월세 선호 현상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먼저 전문가의 설명으로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지금은 실제로 거주하시는 분이 1주택을 가지고 계시는 경우에 한해서만 정책적인 불이익을 받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세 매물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형국입니다. 향후 조세가 가중이 되었다고 했을 때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뭔가 추가적인 자금을 마련을 하셔가지고 세금을 내셔야 되니까 그러한 것들을 월세를 통해서 받아서 조세를 부담을 하시려고 하는 유인은 훨씬 더 커지지 않을까 이렇게 볼 수가 있겠습니다.]

    임차인 입장에선 높아진 보증금 부담을 이기지 못해 월세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있고. 임대인 입장에선 늘어나는 세금 부담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는 방편으로 월세를 선호하는 수요가 서로 맞물리며 월세형태 계약이 더 많아질 것이란 설명입니다.

    <앵커>
    전세보증금이 너무 올라 어차피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월세와 다를 바 없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부담을 서로 비교하면 어떤가요?

    <기자>
    비용이 완전히 똑같다면 문제될 게 없겠지만 실제로는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비용이 늘어납니다.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낼 경우 적용하는 비율을 전월세전환율이라고 하는데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지역 전월세전환율은 올 1월부터 5.6%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올 4월 기준 한국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가중평균금리가 4.01%이어서, 전월세전환율이 약 1.5%p 가량 높습니다. 이는 평균이고 앞서 살펴본 동대문구 등 월세계약이 부쩍 늘어난 지역에서는 실제 월세전환율이 6%를 넘어서는 곳도 있어서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비교를 위해 단순화해 계산을 해보면,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6억 8천만원인데요. 만약 전액을 4% 금리로 전세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한다면 매달 이자부담이 226만원 정도이고, 전월세전환율 5.6%를 대입하면 월세는 317만원이 나옵니다. 이 차이가 91만원 가량이 됩니다.

    <앵커>
    전세제도가 국내 특유의 임대차 제도로 갭투자가 가능하게 해 집값을 끌어올리는 원흉이 되었다는 비판도 받는데 전세가 사라지면 집값이 안정화될 수 있을까요?

    <기자>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이고 일종의 사금융인데, 사라져 가는 추세"라며 "최근 전세 물량 급감은 당연한 것이고 정상화 과정"이라는 인식을 밝힌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전세가 갭투자 수단이 되고, 전세사기나 보증금 반환 위험 등 부작용이 큰 제도라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입자 입장을 보면 그동안 전세는 만기일시상환이 가능한 전세대출을 이용해 월세보다 낮은 비용으로 최대 4년간 안정적으로 살 수있는 제도적 보호장치가 되어준 측면도 있습니다.

    전세가 사라지고 주거비 부담 늘면 세입자들이 차라리 집을 사자며 매매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습니다. 지금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이 그런 상황이거든요.

    또 매매를 선택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은 계속해서 외곽지역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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