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 리포트

아시아 반도체 도미노 폭락, 월가는 ‘역대급 슈퍼사이클’ vs ‘냉정한 ROI’ 베팅 [ 글로벌 IB리포트 ]

입력 2026-06-24 08:13  

아시아 반도체 도미노 폭락, 월가는 ‘역대급 슈퍼사이클’ vs ‘냉정한 ROI’ 베팅 [ 글로벌 IB리포트 ]



아시아 반도체 시장이 무너졌습니다. 일본의 낸드플래시 대표 주자인 키옥시아가 15% 넘게 주저앉았고, 중국, 대만, 홍콩도 일제히 충격을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SK하이닉스 역시 12% 이상 하락하며 매서운 폭풍우를 맞았습니다. 이 같은 도미노 폭락을 두고 블룸버그의 데이비드 새비지 전략가는 현재 아시아 반도체주가 직면한 단기 리스크는 결국 마이크론의 실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마이크론에 대해 여전히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매수 측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시장이 비공식적으로 기대하는 실적 눈높이인 '위스퍼 넘버'는 22.17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니드햄 투자은행은 DRAM 공급 부족 심화를 근거로 목표주가를 1,550달러로 세 배 이상 상향 조정했으며, 번스타인 역시 1,300달러로 목표가를 두 배 이상 높였습니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기본 목표가 1,050달러를 제시하면서도 낙관 시 1,650달러, 비관 시 675달러라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동시에 내놓아 현재 시장이 확실한 방향성을 잡지 못한 변곡점에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보수적인 목소리를 낸 골드만삭스는 목표주가 900달러를 제시하며, DRAM 가격 상승세가 실제 장기 계약으로 얼마나 고정될 수 있는지가 마이크론의 진짜 이익을 가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월가가 이토록 반도체 시장에 흥분하는 이유는 AI가 촉발한 HBM 수요가 역대급 슈퍼사이클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들은 오는 2029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빅3의 합산 영업이익이 9,450억 달러, 즉 1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아시아 반도체주들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AI 인프라 수요라는 거대한 본질적 흐름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 이면의 냉정한 경고등도 켜졌습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AI 랠리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았던 명망 높은 빅테크 투자자 댄 나일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핵심 이유는 ROI, 즉 투자 자본 수익률입니다. 빅테크들이 AI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뚜렷한 수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초기에는 직원들에게 AI 모델 사용을 독려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토큰을 줄이거나 저렴한 모델로 갈아타는 비용 절감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댄 나일스는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기술 기업들의 9월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마침 골드만삭스가 정리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이후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주가는 반도체 지수 대비 줄곧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최근 40선 아래까지 밀려났습니다.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돈을 쏟아부은 것은 빅테크인데, 정작 그 돈은 엔비디아와 마이크론의 이익으로 고스란히 흘러 들어간 셈입니다. 즉, 재주는 빅테크가 부리고 돈은 반도체 기업들이 버는 구조가 이어진 것입니다.

결국 투자자들은 두 가지 리스크를 고민해야 합니다. 첫째는 빅테크들이 ROI를 입증하지 못해 AI 투자 자체를 줄일 가능성이며, 둘째는 외부에서 칩을 사는 대신 자체 칩 개발을 가속화해 반도체 기업들의 마진을 직접 압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당장은 반도체가 웃고 있지만 이 구도가 영원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마이크론의 실적이 시장의 높은 눈높이를 충족할 수 있을지, 그리고 페덱스와 카니발이 실물 경기 회복의 진짜 신호를 보내올지가 이번 주 증시 방향성을 결정할 전망입니다.

박지원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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