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에서 '빚투'(빚내서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신용거래융자와 마이너스통장 사용이 늘고 대기성 자금까지 증시로 유입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레버리지 투자 확대가 금융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5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신용거래융자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잔액 비율은 0.80%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10월의 0.76%를 웃도는 수준으로, 이후에도 0.8∼0.9%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유가증권시장 시총 대비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ETF 잔액 비율을 '고위험 투자'로 분류하고, 그 추이에 따라 투자자의 위험 선호 강화 정도를 가늠한다.
이 비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대출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바라고 빚을 내서라도 주식 투자에 나서는 개인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실제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7조7천187억원으로, 이달 들어 단 2거래일 만에 약 4천억원 증가했다.
앞서 지난 5월 29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38조원을 돌파했고, 지난달 24일에는 역대 최고치인 38조6천328억원까지 늘었다.
은행권의 빚투 지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체 신용대출 잔액은 총 109조1천648억원으로, 전월 말(108조6천704억원)보다 4천944억원 증가했다.
증가분 대부분은 마이너스통장에서 발생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달 말 43조2천812억원에서 이달 2일 43조7천742억원으로 4천930억원 늘었다. 하루 평균 약 2천500억원씩 증가한 셈이다.
반면 일반 신용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65조3천892억원에서 65조3천907억원으로 약 15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들이 빚투 억제를 위해 일반 신용대출과 신규 마이너스통장 개설을 강화하자 기존에 열어뒀던 한도를 활용해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5대 은행의 마통 소진율(마통 대출 사용액/최대 한도 설정액)도 지난달 말 평균 44.8%에서 이달 2일 45.2%로 0.5%(p) 상승했다. 일부 은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대부분 은행도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투자 대기 자금 성격의 요구불예금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이달 2일 기준 704조2천854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8조74억원 줄었다. 하루 평균 약 9조원씩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코스피가 이달 1∼2일 급락하면서 개인 투자자 등이 대기성 자금까지 털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단기 수익을 노린 과도한 차입 투자의 부작용을 경계했다.
한은은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질의답변에서 "최근 가파른 주가 상승은 반도체 중심의 기업 실적 호조 등 견조한 펀더멘털에 기반하고 있으나, 신용융자 등 개인의 레버리지 투자(빚투) 증가도 일정 수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 주가 수준이 상장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을 넘어 오버슈팅(과열)에 접어들었다고도 해석될 여지가 있는 답변이다.
다만, 한은은 주가가 순이익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주가순익비율(PER)의 경우 작년 말 10.0배에서 지난달 23일 8.0배로 하락했다고 짚었다. 이는 주가가 실적을 미처 못 따라간 상태라는 뜻이다.
한은은 무엇보다 개인 투자자의 손실 확대 가능성을 경계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받을 경우 빚투와 레버리지 ETF 투자자의 손실이 커질 수 있고, 반대매매와 환매 증가가 시장 변동성을 더욱 확대하면서 다른 투자자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거래 쏠림과 레버리지 확대가 금융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계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