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오른 날 외국인 '2조' 던졌다…"韓시장은 오겜" 경고음 나온 이유는

황효원 기자

입력 2026-07-07 21:01   수정 2026-07-07 21:21

'세계 1위' 오른 날 외국인 '2조' 던졌다…"韓시장은 오겜" 경고음 나온 이유는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코스닥 종가가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7일 역대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는데 삼성전자가 7%대 급락하며 '29만전자'로 주저앉았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엔비디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낸 기업이 됐지만 정작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률 둔화, 실적 정점 등의 우려가 커지면서 대규모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데다 반도체 고점 통과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다.

7일 코스피지수는 4.91% 하락한 7656.31에 장을 마쳤다. 지난 2일(7648.09) 급락한 뒤 ‘8천피’에 즉시 복귀했지만 3거래일 만에 다시 7천피로 내려섰다.

삼성전자는 이날 개장 전 공시를 통해 올해 2분기 잠정 매출액이 171조원, 영업이익은 8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9.3%, 영업이익은 1810.3% 증가한 것으로, 둘 다 3분기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성과급 지급을 위한 충당금 추정치(17조원)를 더하면 영업이익은 100조원을 넘는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분기 영업익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첫 돌파라는 기록적인 성적은 성과급 충당금을 반영한 영업이익으로 봐도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지난 3년간의 합산 영업이익(82조9천억원)을 훌쩍 넘어섰지만 투자자는 매도로 반응했다.

시장 전망치를 웃돌며 반도체 호황을 재확인했지만, 호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주식을 오히려 매도하는 '셀온' 현상이 이어지며 주가는 고꾸라졌다. 반도체 기업을 바라보는 투자자의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아져 '서프라이즈'라고 부르기엔 부족했다고 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6.92% 하락해 29만6000원까지 밀렸다.

지난달 18일부터 12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도해온 외국인 투자자도 이날 삼성전자를 1조8,20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우선주 순매도액(1506억원)을 합하면 2조원 가까이 팔아치웠다. 외국인 투자자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46%대로 하락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2021년과 2024년 반도체 고점론을 제기해온 '반도체 저승사자'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외국인 투자자는 투매로 반응했다는 분석이다. 실적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주가가 급락하는 것은 반도체 피크아웃(고점 이후 둔화) 우려가 시장에 퍼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주의 상승 모멘텀이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6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D램 가격 상승률 둔화, 재고 개선세의 안정화, 주당순이익(EPS) 상향 조정 폭의 정점 도달을 근거로 메모리 반도체 주가가 조정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관련주의 비중을 축소하고 빅테크 하이퍼스케일러의 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반도체주의 실적 모멘텀이 정점을 지났고, 추가 조정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분석에서다.

반도체주의 주가를 끌어올린 가장 강력한 근거였던 실적 추정치 상향이 둔화된 것 자체가 일종의 주가 고점 신호라는 주장이다.

모건스탠리는 향후 가장 중요한 확인 포인트는 하이퍼스케일러(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관련 자본지출(CAPEX) 가이던스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로 삼성전자의 장기 전망은 긍정적으로 유지했다. 내년 이익도 올해보다 35~4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연합뉴스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쏠림과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변동성을 키우다 보니 외신에서는 "한국 시장이 '오징어 게임'을 닮아간다"는 경고까지 나올 정도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 오징어 게임이 될 위기'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증시의 반도체 투톱 쏠림 현상과 레버리지 상품 투자 확산 등을 지적했다. 지난 1년간 코스피지수가 165% 올랐지만,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빗댔다.

국내 증권가는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펀더멘탈은 훼손되지 않았다'면서 증권가에선 이날 낙폭이 다소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이후 변동성이 커진 여파로 낙폭이 과도한 수준으로 확대됐다"면서 "주가수익비율(PER) 측면에서 코스피지수가 극단적 저평가 영역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역대급 실적 등 호재가 오히려 차익 실현의 빌미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10일 SK하이닉스의 ADR 상장도 셀온의 재료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며 "7월 말 미국 빅테크 실적 발표에서 AI 칩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나올지가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의 눈높이가 너무 높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의 전망치는 약 84조원이었는데, 일각에서는 100조원을 내다보는 시각도 있었다는 것이다.

오는 30일 나오는 세부 실적 및 확정치와 함께 미국 빅테크의 설비투자 계획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AI 투자 사이클이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며 "7월 말 美빅테크 실적 발표가 메모리 반도체 주식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투자 지속성이 재확인된다면 우리 증시는 다시 회복력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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