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날이면 이 대학교 이름이 뉴스에 종종 거론됩니다. 바로 미시간대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이 대학의 발표를 꼼꼼히 챙겨봅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미시간대 지표에 웃고 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경제를 움직이는 힘은 '사람의 마음'
미시간대의 소비·물가 지표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지나간 결과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측정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경제 상황을 평가할 때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 물건이 얼마나 팔렸는지,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확인하죠. 이런 통계들은 과거 사실을 정리한 데이터입니다. 정확하지만 지나간 일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미시간대는 심리와 기대감에 집중합니다. "내년에 형편이 나아질 것 같다"고 믿으면 사람들이 지갑을 활짝 열겠죠. 반대로 "앞으로 경제가 어려워질 것 같다"고 느끼면 소비를 줄일 겁니다. 미국 경제의 70%를 대중의 소비가 차지하는 만큼, 소비자의 미래 전망을 파악하면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논리죠.
미시간대는 매달 500여명의 소비자에게 전화를 걸어 심층 설문조사를 진행합니다. 설문 결과는 아래 3가지 지표로 요약됩니다. 참고로 매달 2주차 금요일(잠정치)과 4주차 금요일(확정치)에 결과가 발표됩니다.
● 현재평가지수 "현재 당신의 주머니 상태는"
미시간대의 '현재평가지수(ICC)'는 지금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현실 체감도입니다. 이를 도출하기 위해 대표적으로 두 가지 질문을 던지죠.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당신 가정의 재정 상태는 나아졌나요? △지금이 TV나 냉장고, 가구 같은 상품을 사기에 좋은 시기인가요?
이 질문들은 소비자의 '현재 구매력'을 밝혀냅니다. 점수가 높게 나온다면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고 돈을 쓸 심리적 여유가 있다는 뜻이겠죠.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이 곧 불티나게 팔릴 것'이라는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수치가 꺾인다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는 경고등이 켜진 셈입니다. 백화점, 대형마트, 가전업체가 단기 실적을 예측할 때 가장 먼저 찾는 데이터입니다.

● 소비자기대지수, 주식시장의 예고편
주식시장은 현재 상황보다는 미래 방향성에 더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소비자기대지수(ICE)'는 미래에 대한 대중의 전망을 측정한 지표입니다. 여기에는 세 질문이 포함됩니다.
△1년 후 당신 가정의 재정 상태는 지금보다 나아질까요? △앞으로 1년간 국가 경제가 좋은 흐름을 보일 것 같나요? △앞으로 5년간 미국 경제가 불황 없이 성장할 것 같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모이면 미래를 내다보는 대중의 집단지성이 됩니다. 사람들은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 예상하면 선제적으로 외식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기 시작하죠.
소비자기대지수가 먼저 하락하고 → 몇달 뒤 실제 소비가 줄어들고 → 기업 실적이 연쇄적으로 악화되는 수순을 밟게 됩니다.
주가는 기업 실적 전망과 함께 움직이죠. 월가 전문가들이 현재 기업의 상황보다 소비자기대지수의 등락을 훨씬 민감하게 체크하는 이유입니다.
● 기대인플레이션, 연준도 집착하는 지표
최근 몇 년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집착하는 지표가 '기대인플레이션'입니다. 사람들에게 "앞으로 1년/5년/10년간 물가가 얼마나 오를 것 같습니까"라고 묻는 방식으로 도출되죠.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대중이 마트나 주유소에서 결제하며 느낀 생활 물가가 즉각적으로 반영됩니다. 보통 국제 유가가 뛸 때 가장 먼저 반응하죠.
금융시장이 진짜 무서워하는 것은 '5~10년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대한 '신뢰도 평가'와 같기 때문입니다.
연준이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높인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죠. 금리를 올렸는데도 다수의 사람들이 '향후 5년간 물가는 매년 5% 이상씩 폭등할 것 같다'고 답한다면 치명적입니다.
물가가 계속 오를 것 같으니 근로자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 기업은 높은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올리죠 → 물가를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겁니다.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 점수가 치솟으면 연준은 금리를 예상보다 강하게 끌어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주식시장 충격은 불가피하죠. 대중의 머릿 속에 박힌 물가 상승 전망을 부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 왜 정부가 아닌 미시간대가 발표할까
경제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표를 왜 정부가 아닌 미시간대에서 발표하는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겁니다. 역사적 배경이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미국은 불안해졌습니다. 대규모 군수 공장이 문을 닫고, 파병나간 군인들이 한꺼번에 돌아오면 대규모 실업과 함께 대공황이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였죠.
연준은 경제가 얼마나 침체될지 예측하기 위해 조지 카토나 미시간대 교수에게 조사를 의뢰했죠. 연준은 '사람들 통장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같은 재무 상황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조지 카토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는 경제를 움직이는 힘은 '통장 잔고'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에 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심리 질문을 넣었습니다. △1년 후 당신의 형편이 나아질까요? △지금이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사기에 좋은 시기입니까? 같은 질문이죠.
설문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대중은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품고 있었죠. 사람들은 "평화가 찾아왔고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 "억눌렸던 소비를 시작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실제 미국인들은 지갑을 활짝 열었고 경제 호황기가 찾아왔습니다. 통장 잔고보다 사람 심리가 훨씬 더 정확하다는 사실이 증명됐죠.
미시간대는 1946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제 심리 지표를 집계하기 시작했습니다. 80년 넘는 기간 동안 조사 기법과 통계 분석이 고도화되며 미국 정부도 인정하는 지표로 자리매김한 겁니다.
미시간대 조사가 시사하는 바는 간단합니다. 경제를 움직이는 힘은 일상에서 돈을 쓰는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에서 나온다는 거죠. 연말 주식시장이 얼마까지 올라갈지가 궁금하다면 나의 소비 심리부터 먼저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복잡한 경제 통계보다 훨씬 정확한 지표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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