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이면 상점 문이 굳게 닫히는 나라 독일에서 100년 넘게 이어져 온 영업 금지 원칙을 손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인 데다 내수와 관광업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휴일에 쉴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해 온 독일로서는 뿌리 깊은 원칙을 건드리는 논쟁이다.
크리스토프 플로스(기독민주당·CDU) 연방정부 관광조정관은 7일(현지시간) 풍케미디어그룹 인터뷰에서 "휴가객이 독일을 선택할지는 매력적인 상점과 쇼핑에도 달려 있다"며 "영업시간을 유연하게 하면 소매업체가 온라인 업체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기업 성향 자유민주당(FDP)의 볼프강 쿠비키 대표도 "유연성 확보가 시급하다. 가게 문을 강제로 닫으려는 사람은 죽어가는 도심을 불평해선 안 된다"며 내수 진작을 위한 규제 해제를 주장했다.
독일 기본법(헌법)은 '일요일과 국가가 인정한 공휴일은 노동 휴식과 정신적 고양의 날로서 법으로 보호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1919년 제정된 바이마르 헌법의 종교 관련 조항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식당이나 기차역·공항 내 상점은 연방·주 법에 따라 일요일에도 영업할 수 있다.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연방정부가 경제 살리기 대책으로 지난 2일 내놓은 일명 개혁 패키지다. 연정은 노동시간법을 고쳐 내년 1월부터 빵집은 일요일에 최장 8시간, 공공 도서관은 6시간까지 문을 열 수 있게 할 계획인데, 그러자 독일소매업협회(HDE) 등 상인단체들이 "쇼핑은 여가의 일종"이라며 빵집뿐 아니라 모든 가게의 일요일 영업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반발도 만만치 않다. 노동자단체 가톨릭노동자운동(KAB)은 성명에서 "쇼핑 없는 일요일은 노동자와 소비자, 환경과 기후를 위해 꼭 필요한 숨 고르기"라며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휴식과 정신적 회복을 위해 정해진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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