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문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미국의 협상 결과가 유럽 주둔 미군 규모를 결정하는 변수라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놓으면서 대서양 동맹에 긴장감이 다시 감돌고 있다.
dpa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귀국길에 오른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유럽 주둔 미군 감축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많은 것이 그린란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린란드와 관련해 매우 좋은 합의를 이룰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어쩌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 기간 내내 그린란드 문제를 거듭 언급했다. 회의 개막을 앞둔 지난 7일에는 "그린란드는 덴마크가 아니라 미국이 통제해야 할 곳"이라고 주장했고, 폐막일인 8일에도 "그린란드는 미국에는 매우 중요하지만 덴마크에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나토가 한 역할에도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32개 회원국 정상이 참석한 공식 회의에서는 그린란드를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동맹 결속과 방위 협력을 강조하면서 정상회의는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 부담을 더 늘려야 한다며 미국 의존도를 줄일 것을 요구해왔다. 미 국방부도 최근 향후 6개월 동안 유럽 주둔 미군 운용 계획을 재검토한 뒤 감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즉각 반발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라며 자국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럽에서는 잠잠해졌던 그린란드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 전문매체 유로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군사력 사용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드러냈던 만큼 이번 발언 역시 유럽 각국에 적지 않은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강한 반발이 이어지자 무력 사용 대신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겠다며 한발 물러섰고, 이후 미국·덴마크·그린란드는 3자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협상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차단을 위해 그린란드 내 미군의 영구 주둔을 보장하는 조항과 신규 투자에 대한 거부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지난 5월 보도한 바 있다.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트럼프 정부가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다른 수단을 통해 그린란드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우려하면서, 유럽 각국에도 상황을 안일하게 봐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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