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금요일 뉴욕증시는 인공지능 투자 열기가 이어진 가운데,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의 성공적인 미국 증시 데뷔가 투자심리를 견인하며 3대 지수 모두 상승 마감했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SK하이닉스(임시 티커 SKHYV)는 공모가인 149달러를 크게 웃도는 170달러에 첫 거래를 시작했다. 장중 한때 177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결국 공모가 대비 약 13% 높은 수준에서 첫날 거래를 마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다만 반도체 섹터 전반이 모두 상승세를 탄 것은 아니었다. 마벨 테크놀로지와 인텔이 각각 3% 안팎의 하락세를 기록하는 등 종목별 차별화 흐름이 뚜렷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고성능 메모리를 필두로 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편 뉴욕 증시는 본격적인 어닝 시즌 초입에 진입했다. LSEG 집계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대 중반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기술 기업들이 전체 이익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실제 성적표가 높아진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할 수 있을지가 향후 증시 향방의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델타항공 (DAL)
대형 항공사 델타항공은 시장 예상을 웃도는 매출과 주당순이익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배런스는 올해 들어서만 약 26% 급등했던 주가가 시장의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여 잡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델타항공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올해 초 제시했던 연간 가이던스를 수정 없이 그대로 유지했는데, 시장이 기대했던 ‘가이던스 상향 조정’이 무산되자 실망 매물이 출회된 것으로 풀이된다. 견조한 여객 수요와 높은 운임, 항공사들의 공급 조절을 통한 연료비 부담 방어 등 호재는 이미 주가에 선반영되었다는 평가다. 아울러 일부 운항 세부 지표가 전망치를 밑돈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월가의 시각이 일제히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투자은행 TD코웬은 이번 주가 조정을 매력적인 저가 매수 기회라고 평가하며 목표주가 106달러를 제시했다. 프리미엄 좌석 수요와 기업 출장 회복, 화물 및 마일리지 사업 등 다변화된 수익원이 안정적인 펀더멘털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가이던스 동결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작용하며 하락 마감했다.
씨게이트 (STX)
데이터 저장장치 전문 기업 씨게이트 테크놀로지는 투자은행 웰스파고의 강력한 매수 추천에 힘입어 2% 넘게 상승했다. 웰스파고는 씨게이트의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900달러에서 1,100달러로 크게 높여 잡았다. 최근 AI 인프라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주가 조정을 겪었으나, 오히려 지금이 진입하기 좋은 구간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주당순이익이 50달러를 돌파할 수 있는 성장 기반을 갖춘 데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를 지속할 수 있는 탄탄한 현금 창출 능력을 보유했다는 평이다.
써클 (CRCL)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써클 인터넷 그룹은 미국 통화감독청으로부터 국립 신탁은행인 '써클 내셔널 트러스트' 설립에 대한 최종 승인을 획득했다는 소식에 5% 가까이 급등했다. 이번 인가로 써클은 USDC의 준비자산을 외부 금융기관에 위탁하지 않고 연방 감독 체계 안에서 직접 보관·관리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게 됐다.
보다폰 그룹 (VOD)
영국 대형 이동통신사 보다폰 그룹은 프랑스 통신 재벌이자 일리아드의 창업자인 자비에 니엘이 지분 16%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는 소식에 12% 급등했다. 프랑스 이동통신 시장의 판도를 바꾼 자비에 니엘의 풍부한 업계 경험이 보다폰의 경영 효율화 및 사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하락세를 타던 주가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넷플릭스 (NFLX)
글로벌 OTT 공룡 넷플릭스는 가입자 이탈 방지를 위해 특정 프로그램을 24시간 송출하는 '라이브 채널' 및 NBC유니버설의 '피콕' 등 타사 스트리밍 서비스를 묶어 판매하는 결합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편 넷플릭스는 우리 시간으로 이번주 금요일 오전 5시에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페르미 (FRMI)
페르미는 3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계획을 공시하면서 주가가 10% 가까이 급락했다. 사측은 조달 자금 일부를 주주 가치 희석 방지 거래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운영 자금으로 쓸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대규모 잠재적 신주 물량에 따른 오버행 우려가 부각되며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WD-40 (WDFC)
반면 가정용·산업용 윤활유 제조업체 WD-40은 시장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호실적을 발표하며 10% 이상 폭등했다. 주력 제품인 'WD-40 멀티유즈'의 글로벌 판매 호조에 힘입어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 급증했으며 매출과 EPS 모두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미주(29%), 아시아·태평양(24%), EMEA(17%) 등 전 지역에서 고른 성장세를 기록한 가운데, 회사가 연간 실적 가이드라인까지 상향 조정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연출했다.
오은비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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