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폭염에 익사·산불까지…지구촌 덮친 '기후 재앙'

입력 2026-07-13 19:15  


지구촌 곳곳이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에서는 1만명이 넘는 초과 사망자가 나왔고, 미국에서는 5,800만명이 폭염 영향권에 들었다.

12일(현지시간)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폭염이 유럽을 뒤덮은 지난 6월 22∼28일 27개국에서 1만명 이상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는 예년 6월 말과 비교해 사망자가 1만여명 많다는 뜻으로, 개별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폭염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심된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9,000명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망자 급증의 원인으로 기록적 폭염을 지목한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원하는 사망률 감시 네트워크 '유로모모(EuroMOMO)'의 라세 베스테르고르 박사는 "이 시기에 이 정도로 높은 초과 사망률이 나타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며 "극심한 폭염 외에 다른 이유로는 이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국가별 피해도 상당하다. 독일 로베르트코흐 연구소는 올해 독일에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 관련 사망자가 최소 5,120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도 5∼6월 두 달간 2,700여명이 폭염 관련 원인으로 숨진 것으로 추산됐다.

더위를 피해 강이나 바다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면서 익사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독일 당국은 지난달에만 99명이 익사했으며 희생자 대부분이 젊은 남성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기록적 폭염이 덮쳤던 2003년 이후 23년 만에 최악의 익사자 수치다. 프랑스에서도 6월 19일 이후 익사로만 131명이 목숨을 잃었다.

폭염 여파는 관광 명소로도 번졌다. 성수기에는 자정 이후까지 개방하던 프랑스 파리 에펠탑이 주말 오후 4시에 문을 닫았고,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도 관람 시간을 줄여 일찍 문을 닫았다. 스포츠 현장도 타격을 입었다. 전쟁을 빼고는 취소된 적 없던 '투르 드 프랑스' 사이클 대회가 극심한 더위 탓에 사상 처음으로 일부 구간을 단축했다.

산불도 잇따랐다. 프랑스에서는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약 60㎞ 떨어진 퐁텐블로 숲에서 불이 나 남북을 잇는 주요 도로인 A6 고속도로가 부분 폐쇄됐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를 덮친 대형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도 커지고 있다. 후안 마누엘 모레노 안달루시아 자치정부 수반은 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이번 산불로 현재까지 1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이날 밝혔다. 대피 주민은 1,400여명, 피해 면적은 6,600㏊(66㎢)에 달한다.

미국도 전례 없는 고온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 CBS 뉴스에 따르면 지난 주말 서부를 강타한 폭염이 정점에 이르며 약 5,800만명이 폭염 경보 영향권에 들었다. 몬태나주 빌링스에서는 기온이 섭씨 43도까지 올라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CBS 뉴스 기상학자 니키 놀란은 "이번 주 기온이 이맘때 평년 기온보다 섭씨 11∼17도(화씨 20∼30도)가량 높을 것"이라며 한 주 내내 기록적 고온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폭염 전선이 점차 동쪽으로 확산해 중부 지역은 다음 주말까지도 폭염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기상 원인규명'(WWA)에 참여하는 과학자들은 이번 폭염을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악영향으로 본다. 온난화로 해수와 대기 흐름이 교란되면서 기상 현상의 강도와 빈도가 치솟는데, 이번 폭염도 그런 사례라는 것이다. 극단적 기상을 연구하는 '세계 기상 원인규명(WWA)' 소속 과학자들은 6월 말 북반구를 덮친 폭염이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요인을 빼면 사실상 불가능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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