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24배 뛴 보스턴다이내믹스…현대차그룹의 큰 그림

이지효 기자

입력 2026-07-17 07:00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만드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전량 확보에 나선다.

소프트뱅크가 보유 중이던 잔여 지분에 대해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행사하면서다.

1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2020년 체결한 계약에 따라 보유 중이던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에 대한 풋옵션을 최근 현대차그룹에 행사했다.

지분 인수 의무가 발생한 현대차그룹 각 주주사는 내부 절차를 거쳐 인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어떤 비율로 지분을 나눠 어떻게 인수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해당 풋옵션은 2020년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할 당시 계약에 담긴 조건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지분 80% 가량만 사들였다. 소프트뱅크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일정 기한 안에 상장하지 못하면 남은 지분을 미리 정한 가격에 되팔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은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가 HMG글로벌을 통해 간접 보유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현대글로비스를 합치면 총 90.35%다. 나머지 9.65%를 소프트뱅크가 들고 있다.

소프트뱅크 몫을 넘겨 받으면 현대차그룹 측이 최종적으로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 '상장 실패' 아닌 의도된 순서…계약가로 싸게 정리

이번 지분 정리는 상장 재추진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애초에 풋옵션 조건이 '기한 내 상장 실패'였던 만큼 표면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이 상장 시한을 지키지 못한 모양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실기가 아닌 계산으로 본다. 만기 전 상장을 서두르지 않은 현대차그룹의 '큰 그림'이라는 것이다.


근거는 가격이다. 소프트뱅크 잔여 지분 인수가는 3억2,500만달러, 약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가치는 현대차그룹이 인수를 완료한 2021년 11억달러, 약 1조2,482억원에서 현재 30조원 이상이다. 5년 만에 24배 이상 뛰었다.

시장이 평가하는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가치를 적용하면 소프트뱅크 잔여 지분 가치는 3조원에 육박한다.

기한 내 상장했다면 소프트뱅크가 상장 차익을 시가로 가져갔겠지만 상장 없이 만기를 넘기면서 계약가에 지분을 정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장이 성사되면 몸값 상승분은 온전히 현대차그룹 몫으로 돌아간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8월 소프트뱅크 지분에 대한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새로 설정해 소프트뱅크가 매각을 거부할 경우까지 대비해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장 준비 정황도 뚜렷하다. 현대차그룹은 장재훈 부회장 직속으로 기업 인수합병(M&A)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추진할 사업기획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를 두고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과 지배구조 개편의 밑그림 그리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 부회장은 올해 초 CES 2026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IPO와 관련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도 밝힌 바 있다.

● 휴머노이드 속도전…아틀라스, 현대차그룹 공장에

현대차그룹은 "장기 로보틱스 전략의 일환으로 투자 협력 확대를 검토해 왔다"며 "이번 지분 인수가 의사 결정과 사업 실행 속도를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 피규어 AI 등 글로벌 빅테크가 휴머노이드 상용화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서 외부 주주를 정리해 사업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휴머노이드 경쟁의 승부처는 기술 시연이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검증이다.

테슬라가 자사 공장에 옵티머스를 투입하고 피규어 AI가 BMW 공장에서 실증을 진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에 생산 기지를 둔 완성차 업체라는 강점이 있다.

자사 공장이 곧 테스트베드이자 첫 고객이 되는 구조다. 여기서 쌓은 검증 실적을 글로벌 로봇 시장 공략을 위한 레퍼런스로 삼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상용화 로드맵도 구체화됐다. 아틀라스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투입돼 공정 단위별 검증을 거친다.

2028년 부품 서열 작업을 시작으로 현장 신뢰도를 확보한 뒤 2030년에는 부품 조립까지 작업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아틀라스 2만5,000대를 공장에 투입하고 연 3만대 생산 체제를 갖추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산하 로보틱스랩이 자체 개발한 착용형 로봇 '엑스블'은 이미 국내외 생산 현장에 투입됐다.

자체 개발 로봇으로 현장 운영 경험을 쌓고,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정점을 찍는 투트랙으로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휴머노이드 양산에는 대규모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 결국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이 재원을 조달하는 핵심 통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구체적인 시점과 방식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시장의 시선이 현대차그룹의 다음 행보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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